선거는 여론조사에서 시작하여 여론조사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여론조사가 시행되며, 투표가 끝나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여론조사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맹신은 함께 존재하며, 이는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
‘고작 1천명 남짓 조사하여 전체 유권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가?’ 또는 ‘응답률이 3~5% 수준인 여론조사가 신뢰성이 있는가?’와 같은 의문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할 수만 있다면 대선 여론조사에서 1천명 정도의 표본은 통계학적으로 충분한 규모이다. 응답률은 통화가 된 사람 중 마지막 문항까지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예컨대 2만명과 통화가 되고 이 중 1천명만이 끝까지 응답했다면 응답률은 5%가 된다. 낮은 응답률은 끝까지 응답한 사람이 적다는 뜻이라, 응답률과 여론조사의 신뢰성에는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조사의 유용성에 대한 통계학적 근거에도 그 특성상 표본오차뿐만 아니라 조사과정에서 다양한 비표본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과 일치하기도 어렵다. 여론조사에는 실제 투표하지 않을 사람들도 참여하므로 여론조사 대상과 실제 투표자의 모집단 자체가 다르고, 여론조사 시점과 투표일 사이에 의사 변동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로서 선거여론조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일까?
첫째, 지지율 자체보다는 변동 추이를 살펴야 한다. 유·무선전화 비율, 여론조사 시간 선택 등 여론조사 기법들이 조사기관마다 다르기도 하거니와, 실제 지지율과 여론조사 지지율의 일치 여부를 실증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조사방법에 따른 차이, 조사기관별 성향 등을 고려하여 상당기간의 상대적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여론조사의 본질적 한계를 인식하여 범람하는 여론조사에 휘둘리기보다는 정책과 공약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유권자는 선거여론조사를 대략적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계 정도로 생각하여야 한다. 여론조사는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될 뿐이며, 유권자의 의사결정은 오롯이 본인의 합리적 판단이 그 근거가 되어야 한다.
김세훈 안산시단원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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