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法석] '수원 전세사기' 피고인 "동업자 탓에 생긴 일"

수원지법. 장희준기자
수원지법. 장희준기자

피해액만 따져도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수원 전세사기’ 사건(경기일보 2021년 11월22일자 7면)의 피고인이 “동업자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유랑 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이 사건 공판에선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변모씨(61)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은 신문에서 변씨의 변호인은 ‘부동산 투자로 수익이 급증하던 중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 인근에 원룸 수요가 많다는 걸 알고 임대사업을 계획한 것인지’, ‘원룸 사업을 위한 건물 28개동 중 1개동을 신축할 때마다 자기자본금 7억~8억원, 대출 7억~10억원, 임대보증금 7억~8억원을 추산해서 사업을 추진한 게 맞는지’ 등을 물었고, 변씨는 모두 “맞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건물 1개동을 완공해서 임차인이 들어오면 보증금 7억~8억원이 생기는데 그 돈으로 다시 다른 부지를 매입해서 다음 건물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인지’ 질문했고, 피고인은 “맞다. 레버리지를 이용했다”고 답변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부문에서 차입금을 비롯한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두고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이와 함께 피고인 신문을 통해 정리된 변씨의 입장은 함께 법인을 설립했던 동업자가 피고인의 동의 없이 지난 2019년 6월 자산을 모두 매도한 뒤 개인 채무를 청산하고 피고인에겐 한 푼도 주지 않은 탓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되는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파산에 내몰렸고 화성 동탄신도시 입주 물량까지 쏟아지며 전세 수요가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가 겹쳤다는 설명이다.

신문 과정을 방청석에서 지켜본 피해자대책위원회 대표 권준오씨는 “대출을 끼고 건물을 올린 상태에서 임대보증금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다음 건물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건물들의 부실성을 드러낸 진술”이라며 “삼성전자 인근 원룸에 대한 수요는 사회초년생에 의한 것인데 집값이 더 비싼 동탄신도시로 수요가 빠져나갔다는 것도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 앞서 변씨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낸 배당표에 이의를 제기했다. 피해자 중 일부가 다른 건물에 차명으로 허위 계약한 뒤 피고인으로부터 배당금을 반환받았으니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판사는 “그 사실이 맞다고 해도 (피해를 본 건물에서) 배당을 못 받은 건 사실이며 그에 대한 사후적인 피해 변제이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G 타운을 비롯해 건물 28개동으로 임대사업을 하던 변씨는 지난 2019년부터 세입자 수백명에게 계약 만료 이후에도 전·월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수사 결과와 피해자 측 주장을 토대로 하면 변씨의 사기 행각에 대한 피해자는 최소 452명, 그 피해액은 약 4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며,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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