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범죄도시 속 공공의 적, 그리고 경찰

영화 속 경찰의 모습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두 캐릭터가 있다. 영화 ‘공공의 적’ 속 ‘열혈형사’ 강철중과 영화 ‘범죄도시’의 ‘괴물형사’ 마석도가 그들이다. 명품배우 설경구와 마동석의 미친 연기력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영화 속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살아 숨 쉬는 아우라는 ‘진정한 경찰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물론 범죄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은 물론, 주먹까지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다. 악에 대한 집요한 수사와 타협하지 않는 우직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부실대응은 큰 충격이었다. 당시 경찰은 현장대응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업무는 그 특성상 돌발변수가 많기에,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 무자비한 공권력 남용을 경험해서인지, 경찰의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경찰은 법적 쟁송에 휩싸이거나, 심하면 폭력경찰로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긴급 상황에서도 물리력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는 ‘경찰관이 살인과 폭행,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범인 검거와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적극적 경찰력 행사를 가능케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는 시작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인천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경찰이 흉기를 든 가해자를 목격하고도, 피해자만 남겨둔 채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에서, 법이 아닌 경찰관으로서 자질문제라는 국민적 비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결국 적극적 경찰력의 행사 이전에 경찰관으로서의 투철한 헌신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10만명이 넘는 거대 공권력을 보유한 경찰이 형사상 면책특권까지 부여받았다. 이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반환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문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영화 스파이더맨 속 명대사가 떠오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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