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했던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역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가 하면 몇 달 만에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급락한 거래가 이뤄지는 단지도 속출하는 모습이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경기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더욱이 안양, 성남, 광명, 시흥, 광명, 화성, 동두천 등 일부지역은 하락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실제로 본보가 경기지역의 아파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몇 달 사이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초 입주를 시작한 안양 동안구 호계동의 평촌어바인퍼스트의 경우 전용면적 59㎡가 지난 11월 6억5천만원(10층)에 거래됐다. 6월까지만 해도 같은 평형의 매물이 9억원(11층)에 매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5개월 사이 2억5천만원이 떨어진 셈이다.
화성 동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포착됐다. 입주한 지 6년이 넘은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에서는 4개월 사이 3억2천만원이 하락한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8월 14억5천만원(5층)에 최고가를 경신했던 이 단지의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11억3천만원(3층)에 손바뀜됐다. 통계에서는 하락세가 감지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매매가가 하락한 단지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남에서는 지난해 5월 15억7천만원(9층)에 거래됐던 미사강변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99㎡가 10월에는 13억5천만원(18층), 지난달 12억원(3층)으로 각각 매매가 체결됐다.
로얄층이나 단지 위치별로 가격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매매가 자체가 하락했다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동탄의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고가를 찍고 나서는 조금씩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졌다”면서 “집값이 하락한다는 이야기에 일부 급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거래는 정상적 거래가 아닌 가족간거래나 다운계약 등 특수 거래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안양 평촌어바인퍼스트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는 “거래가 줄어 호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6억원대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운계약이나 가족간거래 등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지역의 아파트값 하락세를 점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거래량 급감으로 급매물이 실거래된 몇몇 사례만 놓고 보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경제 상황 자체가 아직까지도 풍부한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고 공급 자체도 부족하기 때문에 하락의 전조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수진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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