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문전박대에 백신 예외대상자 높은 문턱…두 번 우는 알레르기ㆍ기저질환자들

식당 앞에 설치된 방역패스 QR코드 인식기. 경기일보DB
식당 앞에 설치된 방역패스 QR코드 인식기. 경기일보DB

 

“알레르기로 백신을 맞고 싶어도 못 맞은 저는 결국 사회에서 고립됐습니다”

군포시에 사는 최상희씨(가명ㆍ38ㆍ여)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타이레놀 등 일반 의약품 복용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알레르기 환자다.

쉽게 말해서 알레르기란 알레르기는 모두 단 채 살고 있는 셈이다. 8세 때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숨이 턱턱 차오르는 고통에 주사는 꿈도 못 꾸게 된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지난 13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방역패스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듯 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체험 카페를 운영 중인 최씨에 대해 부모들 사이에서 ‘미접종자’라는 소문이 퍼지자 매출액이 뚝 떨어졌다. ‘알레르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팻말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최씨는 백신 예외대상자 선정을 위해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감염내과 등을 일일이 방문했지만 의사의 소견서를 받지 못했다. 알레르기는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형홍반(두드러기) 심혈관질환자 김상환씨(가명ㆍ36ㆍ광주)는 식당 업주의 입장 거부로 문전박대가 일상이 돼 매일 외롭게 끼니를 때우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발급 받은 PCR(유전자 증폭) 음성확인서를 보여줄 때마다 ‘백신 미접종자’라며 떠벌리는 꼴이기에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느낌이다. 김씨 역시 예외대상자에 선정되고자 병원을 방문했지만 “그냥 백신 맞으라”는 의사의 멸시 섞인 눈빛에 두 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백신을 맞고 싶어도 병력(病歷) 탓에 맞지 못하는 알레르기ㆍ기저질환 환자들이 백신접종 예외대상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접종 예외대상자는 코로나19 완치자나 심근염 등 이상 반응을 겪은 1차 접종자, 면역결핍자 및 항암제 투여 예정자 등으로 한정됐다. 대상자는 의사의 소견서를 통해 보건소로부터 예외확인서를 받으면 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 같은 질환은 희귀 질병 등에 속하는 데다 환자마다 상태가 달라 의사들이 소견서를 발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예외대상자 기준을 보다 세부적으로 마련해 알레르기ㆍ기저질환 환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며 “명확한 기준 수립이 선행돼야 의사들도 이에 맞는 소견서를 발급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의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현재 기준을 마련했다”면서도 “현재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면 기준 완화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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