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천350만명이 거주하는 경기도는 1천년 역사의 자부심 속에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자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재정자립도 지표에서도 서울ㆍ세종에 이어 전국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살기 좋은 곳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기업 등이 밀집된 이른바 화이트칼라 도시는 일부에 불과하고, 생산직 공장의 블루칼라 도시, 외곽ㆍ접경지역 등 대다수 지자체는 어려운 재원으로 자체 사업조차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도내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실태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 지자체 발목 잡는 각종 규제
21일 오후 2시께 가평군 북면 목동리. 도로를 따라 컨테이너로 지어진 영세 공장들만 눈에 띌 뿐 인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강을 따라 마주한 가평읍과 청평면 수변구역도 인적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일대는 특별대책지역으로 다가구주택이나 공동주택 등을 지을 수 없어 인구유입이 끊긴 지 오래다.
가평군은 정부의 한강수질 규제와 수도권 규제 등 중첩된 규제로 수십년 동안 도내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규제로 6만㎡ 이상 규모 공장을 지을 수 없어 소규모 영세공장 140여곳만 밀집한 대표적 블루칼라 지자체로 꼽히고 있다.
가평군의 올해 본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는 18.5%로 도내 하위 3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43.6%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처럼 각종 규제에 묶여 인구 유입 요소가 차단되자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아 운영되는 복지시설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탓에 재정자립도만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도내 가장 낮은 재정자립도를 차지한 동두천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 14.4%를 이어 올해도 14.39%로 도내 재정자립도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도 평균 재정자립도(57.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군 공여지가 전체 시 면적의 42%, 임야가 68%를 차지하는 등 세수를 늘릴만한 요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도내 재정자립도 상위권을 기록한 지자체들은 대규모 산업단지 등 확실한 세입원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58.5%로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한 성남시는 올해 예산 3조6천13억원 중 2조3천507억원을 자체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판교와 분당 등지에 즐비하게 들어선 양질의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가 많아 재정자립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위인 화성시(58.4%)도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그룹 등에서 나오는 법인세와 택지 개발 및 주택 건설 등에 따른 취득세와 재산세가 늘면서 높은 재정자립도를 기록하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인구 유입을 막고, 또 거둬들이는 세금이 적어 재정자립도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 완화는 물론 재정자립도가 낮은 낙후 지역을 지원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로컬이슈팀=하지은ㆍ김현수ㆍ노성우ㆍ김영호ㆍ진명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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