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중증 환자 치료 최전선 배치 요양시설·생활치료센터 등 확대 수도권 병상포화… 해결책 ‘주목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경증ㆍ중등증 확진자 치료를 위한 최전선에 배치됐다.
20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체인 셀트리온이 국내에서 처음 만든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ㆍCT-P59)는 정맥 주사 형태로 확진자에 투여되는 치료제다.
인체에 들어간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캡을 씌워 이 바이러스가 세포와 결합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경증과 중등증 환자가 대상이며 1회 투여 용량은 성인 체중 1㎏당 40㎎, 투여 시간은 60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임시 사용 승인 허가를 낸 데 이어 올해 9월에는 정식 허가를 냈다. 따라서 기존 만 60세 이상에서 만 50세 이상의 경증ㆍ중등증환자로 대상자가 확대됐으며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자에다 만성 신장질환, 만성 간질환, 비만 등을 앓는 사람까지 추가 포함됐다.
더욱이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확진자가 증가하자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전담병원을 넘어 노인요양시설과 일반병원, 생활치료센터, 단기ㆍ외래진료센터 등으로 투여기관을 이달부터 본격 확대했다. 지난 14일 수원시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코호트 격리 중인 확진자 4명을 대상으로 투여를 진행한 결과, 환자 상태에서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달 2일 발열,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단기ㆍ외래진료센터를 방문한 한 확진자가 렉키로나주를 투여받고 1시간 가량 모니터링한 후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들 사례처럼 지난 2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전국 189개 병원 등에서 3만1천229명이 렉키로나주를 투여받았으며 치료 후 사망한 확진자는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효과에 질병관리청은 4만7천여명 분의 렉키로나주를 구매하기 위해 24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 일일 전국 확진자가 연이어 7천명대를 발생한 데다 수도권 중증 환자 병상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재 중등증 환자 상태가 심각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이들을 치료할 중증 환자의 병상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항체치료제를 적극 활용해 의료 및 방역체계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첫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13개국서 ‘임상 3상’ 진행… 확진자 70% 상태 호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경기도 지역 의료체계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ㆍCT-P59)가 이번 사태의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 간 하루 평균 도내 신규 확진자는 582.9명이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지난달 신규 확진자는 867.6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이번 달의 경우 이날 기준 1천790.3명으로 10월의 세 배 이상 규모의 확진자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 같은 확산세로 중등증 환자 치료를 위한 격리 병상과 경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가동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전인 10월 말까지만 해도 도내 격리 병상 가동률은 65%대를 유지했으나 시행 직후인 지난달 3일에는 77.1%(2천302개 중 1천775개 사용)로 치솟더니 현재는 82.4%(3천83개 중 2천541개 사용)로 80%를 돌파한 상황이다.
생활치료센터 역시 지난 10월 35%대의 가동률을 기록하다 지난달 3일 68.9%(2천529개 중 1천745개 사용)로 증가했으며 현재는 74.6%(2천543개 중 1천897개 사용)로 집계됐다.
이런 탓에 경증ㆍ중등증 환자의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 의료체계상 중등증 환자의 치료가 늦어져 상태가 악화할 경우 중증 환자 병상으로 이송된다. 중증 환자 병상은 의료 장비와 인력이 선행돼야하기에 80%의 가동률이 유지돼야 이 같은 대응이 가능하다. 20일 기준 도내 중증 환자의 병상 가동률은 85.3%(381개 중 325개 사용)로 이미 포화상태다.
렉키로나주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렉키로나주 제조업체인 셀트리온이 한국과 미국 등 13개국에서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 1천315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한 결과 70%의 확진자의 상태가 8.4일 만에 호전됐다.
특히 해당 항체치료제 투여로 고위험군의 중등증 환자가 중증 환자로 넘어가는 비율이 약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렉키로나주 성분인 레그단비맙을 사용하는 다른 제품보다 일반 환자의 경우 평균 4.9일, 고위험군은 4.7일 빠르게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에 셀트리온은 페루와 호주에서 조건부 사용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정식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또 셀트리온은 지난 7월부터 기승을 부리는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바이러스에 대한 동물시험을 진행한 결과 70%의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렉키로나주 공급 확대로 중증 이환율 감소는 물론 전담 병상 가동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 흡입형 항체치료제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렉키로나주, 최고의 치료제…적극 활용해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로 의료체계 포화를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오고 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도내 누적 재택치료자는 4만296명으로, 지난달 1일 재택치료가 도입된 이후 50일 만에 4만명을 돌파했다.
재택치료자는 10일간 집에 머무르며 기침 등 이상 증상을 자가 검사하고 상태가 악화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나 수도권 지역에서 하루 이상 병상 배정과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사람은 765명으로 이날 집계되는 등 의료체계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렉키로나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초기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항체치료제”라며 “증상발현 10일 안에 확진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이 최대 72% 감소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어 “생활치료센터에 별도의 주사실을 마련하는 등 입소자가 렉키로나주를 맞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확진자가 입소 당일에 해당 치료제를 투여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럴 경우 입소기간을 최대 4일 단축할 수 있어 생활치료센터의 회전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의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임상 2상에 참여했던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제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셀트리온이 임상을 진행할 때에는 돌파 감염이 발생하지 않던 시기였던 만큼 렉키로나주가 돌파감염자를 대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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