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등 부담 전세로 충당 어려워... ‘전세의 월세화’ 앞으로도 지속 전망
전셋값 급등에 이은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임대차 3법과 각종 부동산세 인상으로 임대인들 역시 선택지가 월세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제 발로 월세 찾는다
수년간 해외에 거주하다 최근 국내로 귀국한 A씨. 2억5천만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한 A씨는 동탄지역에 전세집을 마련할 생각을 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6억원이 넘는 지역 아파트의 전세 문턱을 넘기 힘들었다. 더욱이 올해 두 차례 인상된 기준금리와 내년 금리 인상 예고는 A씨의 전세집 마련을 포기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됐다. A씨는 “매달 120만원이 넘는 월세가 부담은 되겠지만, 대출도 어렵고 내년부터 은행 이자가 또 오른다길래 반전세 매물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로 매매는커녕 전세집 마련도 어려워진 실수요자들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발을 돌리고 있다. 전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출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가 인상되면서 매달 나가는 이자가 늘어 전세와 월세의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차 3법과 급등한 종부세…“선택지 월세뿐”
성남과 수원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B씨. 본인 소유의 성남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수원 아파트에 계속 전세를 주다 최근 반전세로 매물을 전환했다. 금리가 올라 최소한 대출 이자는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B씨는 “대출액도 매꿔야 하고 손해를 볼 수는 없지 않냐”면서 “종부세나 재산세도 올라서 앞으로도 최대 상한선까진 맞춰서 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전월세시장의 급격한 월세화는 급등한 조세 부담으로 임대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된 점도 한몫한다. 정부는 올해 조정지역 2주택자와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세율을 1.2~6.0%로 지난해 0.6~3.2% 대비 2배 가까이 올렸다.
하지만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은 통상적으로 1억원당 30만원의 비율로 책정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35~40만원까지 책정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조세 부담이 급등함에 따라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세입자들의 부담 완화와 급격한 월세화를 막기 위해 전월세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인하시켰지만 큰 효과는 없는 모습이다. 계약기간 중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만 포함되며, 전월세전환율 규정의 강제력이 없어 시장에서 잘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조세 부담이 전세로 비용 충당을 하기 어려울 만큼 오르고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전세 수요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을 막고 방지하기에는 지금으로선 역부족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개정, 가계대출 관리 모두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정책이지만, 오히려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면서 “시장에 주택공급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내몰리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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