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을 종식하기 위해 사상 최초의 사회적 논의기구까지 출범(경기일보 10일자 4면)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개고기 산업 합법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농식품부는 지난달 중순 ‘개 사육농가와 도축현황에 대한 경영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농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에서 입찰했다. 주된 내용은 개 사육 현황과 함께 농가의 경영실태를 분석하고 해외 개 사육ㆍ유통 및 정책 사례를 조사하는 것으로, 용역비는 1억2천만원이 책정됐다.
앞서 지난 9일 개고기 식용 종식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정부 관계부처, 동물 관련 단체 등은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기구를 총괄하는 역할과 함께 개 사육농장 및 도살장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에서 발주했던 연구 용역에는 ‘국내 개 사육업 방향 제시’ 등 내용을 담으라고 요구하는 지침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부적으로는 ▲경영 안정화 및 개 산업 지원 정책 방안 ▲개 산업 법제화 방안 등 오히려 개 식용을 합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사실은 인지하자마자 즉각 반발했고, 농식품부는 전날 연구 용역을 취소했다.
최윤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해당 연구는 현 정부가 표방하는 개 식용 종식의 방향성과 맞지 않을뿐더러 세부적인 내용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당황스러웠다”며 “실태조사에 앞서 연구의 취지를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할 것이며 개 식용의 문제는 곧 동물학대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관계 당국은 모두 문제를 인정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시사했다.
농정원 농식품소비본부 관계자는 “개 식용 합법화를 염두에 둔 의도성은 없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명백한 오류를 저질렀다”며 “향후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연구 용역은 논의기구 출범 전에 사전 준비 차원에서 발주했던 것으로, 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실태조사와는 별개”라면서도 “내용이 정책 방향과 맞지 않았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곧장 입찰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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