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가만한 여행기'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불안이 엄습하는 시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외로움과 고민이 물밀듯 밀려올 때가 잦다. 이 시대를 살아낼 방법은 무엇일까. 여행 경력 15년차 베테랑 여행가 김남희는 신간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문학동네 刊)에서 그 해답을 풀어낸다.

코로나19로 여행이 멈춘 시대, 그는 2년간 가까운 곳에서 일상과 사람을 여행하고 관찰했다.

여행가 김남희는 혼자 산다. 때론 혼자라는 자유가 무겁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그는 마냥 외롭지만은 않다. 가족이 아니어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느슨한 연대가 촘촘히 그를 받쳐주고 있다. 여자들만의 방과후 산책단을 만들어 매일 다니던 뒷산 산책길을 함께 걷고, 숲 속에서 간식을 먹고 시도 낭송했다. 때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었다. 강연 수입이 끊겨 통장 잔고가 0이 될 때엔 도와주는 마음들이 있었다. 그는 이런 호의를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건넨다.

연말에는 페이스북으로 송년 맞이 사은대잔치를 열어 고마운 사람들에게 소박한 시상식을 열고,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를 찾은 지친 여행자를 위해 정성껏 차린 아침식사를 선물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원치 않게 발이 묶였지만, 비자발적인 정지는 그가 주변 사람들과 삶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우리는 도와달라고 해도 괜찮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도 괜찮다. 따뜻한 마음은 어디에선가 흘러와 어디론가 또 전해진다는 걸 믿어도 좋다”. 그래서 그는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여행을 오래 한 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사소한 것들이다. 누군가와 주고받은 따스한 눈빛, 지쳐갈 때쯤 건네받은 다정한 말. 번개같은 공감과 소통. 사람의 온기, 위로야말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책갈피 곳곳에는 여행의 기억도 스며 있다. 일본 시가현 비와 호수를 내려다보며 맞이했던 아름다운 봄날,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조카와 함께 바닷가에 앉아 돌고래를 기다리던 기억도 아름답게 책에 남겨졌다. 값 1만4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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