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러 식당에 가서 QR코드를 찍는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안다. 어제 순두부를 먹었으니 오늘은 된장찌개 먹을 차례가 됐다고, 추천메뉴가 식당 PC에 뜨는 날이 올 것 같다. 구매할 만한 할인상품을 소개하는 배달업체의 추천 광고가 스마트폰에 떴다. 누군가 축적된 자료로 우리의 기호와 성향에 맞춰 선택을 권유한다.
인터넷 PC와 스마트폰이 생필품인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개개인이 사과보다 배를 좋아하는지, 어느 오락프로를 더 좋아하는지 집계돼 활용된다. 유튜브를 켜면 구글에선 직전에 어떤 동영상을 봤는지 정리했다가, 다음 관련 동영상을 바로 우리 PC에 배열한다. 빅테크 기업의 빅데이터가 우리를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다.
최근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우리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주식처럼 그림 이미지를 여럿이 사선 NFT로 공유한다. 그러나 모든 일엔 빛과 그림자가 있으니, 가상현실(假想現實)이 조작 가능한 도구임도 명심해야 한다.
사전투표지에도 QR코드가 있어 전자개표기로 분류할 때 모든 정보가 스캔 된다. 선관위는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은 전자투표 선거를 위헌으로 판결했고 네덜란드도 해킹을 우려해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했다. 고의든 실수든 만약 이 정보가 여론조사 기관에 유출돼 조사 시 전화번호를 작위적으로 뽑아 쓴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A당 지지율을 30%로 언론에 발표하고 싶다면, 전체표본집단 1000개 전화번호 중 A당 성향의 전화번호 300개를 선택하면 된다. 여론조사가 조작되면 대중의 심리도 왜곡되고 선거 조작도 수월해져서 여론조사업체나 이를 감독하는 선관위가 모든 선거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업체 등록 기준은 분석 전문인력 1명과 상근직원 3명 이상, 최근 1년 조사 매출 5천만원 이상 등에 불과하고, 업체 수는 프랑스 13곳, 일본 20곳에 비해 79곳(올해 9월 기준)으로 우리가 유독 많다. 올 10월, 국회 행안위원장은 업체 등록의 기준 상향과 여심위의 단속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저한 국민 감시가 필요하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권한을 행사하는 곳은 비밀선거를 하는 투표장이다. 진짜 표를 손으로 세도 스캔한 가상의 표를 전자개표기로 하는 것보다 겨우 몇 시간 더 걸릴 뿐이라면 정부는 굳이 QR코드를 쓰지 말고 법대로 바코드를 써야 한다. 민주화를 외쳤던 세력도 함께 나서, 사전투표지에서 QR코드를 없애고 수 개표를 하자고 외쳐야 한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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