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희생 강요하는 경기도의 ‘생활치료센터’ 운용 방식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발생한 공공요금 정산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제3호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이천시 장호원읍 경기도교육연수원 숙소동. 조주현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발생한 공공요금 정산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제3호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이천시 장호원읍 경기도교육연수원 숙소동. 조주현기자

#1. 생활치료센터 공공요금 놓고 道-경기도교육연수원 ‘충돌’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발생한 억대 공공요금의 정산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자체 예산을 모두 소진한 뒤 초과분만 지원해주겠다는 도와 예산 운용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경기도교육연수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지난해 9월 경기도 제3호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돼 현재까지 코로나19 경증 환자 격리 및 치료 장소로 사용 중이다. 지상 7층 규모의 숙소동 2개는 각각 환자 격리실(110실)과 상황실로 운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올해 8월 전기,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화 등 생활치료센터 공공요금 정산을 도에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생활치료센터 지정 전후로 발생한 공공요금의 차이로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도에 공문을 보내 정산을 요청했으나, 도는 마땅한 근거 없이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더욱이 도 총무과에서 담당하던 생활치료센터 업무의 일부가 자치행정과로 이관돼 경기도교육연수원과의 소통 창구가 바뀐 것도 정산 문제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작용했다.

결국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지난달 17일 1억3천만원이 넘는 공공요금의 정산 내역서와 함께 책임 있는 해결을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도는 예산 초과분만 지원해주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더욱이 경기도교육연수원은 내년 총 1만2천978명의 연수 일정을 앞두고도 지지부진한 공공요금 정산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예산 갈등이 계속될 경우 센터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연수원 관계자는 “원외 시설 임차를 위한 예산이 경기도의회에서 감액돼 본 원의 시설 활용이 더욱 필요해진 데다 공공요금 문제로 예산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공공요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연수원 생활치료센터를 담당하는 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그간의 업무는 총무과에서 총괄했기 때문에 총무과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현재 공공요금 정산 요구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발생한 공공요금 정산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경기일보DB

#2. “기업들은 비용 계산해줄게” 道, 민간-공공 차별하나

경기도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의 운영비 정산을 놓고 민간과 공공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오미크론 공포’까지 더해지는 중대 시국에서 불필요한 갈등으로 생활치료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0월 생활치료센터 공공요금의 정산에 대한 방침을 세웠다. 우선 올해 9월분의 전기ㆍ가스ㆍ수도 등 요금부터 도가 정산을 해주겠다는 건데, 이 지점에서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들은 전액을 지원해주고 공공시설은 직접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각 공공시설에서 자체 예산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초과분은 도가 정산을 해준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은 별도의 법적 근거를 따르거나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지침을 하달받은 게 아니라, 도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마련했다는 게 실무 담당자의 설명이다.

결국 생활치료센터로 자리를 내준 공공시설들은 각 시설에서 운용하기 위해 세운 예산을 모두 코로나19 확진자 수용에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서야 비용을 정산받게 된 기업들의 속내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인허가권을 지닌 지자체를 상대로 각을 세우기 부담스러운 데다 기업마다 도가 비용을 정산해주는 시점이 제각각인 탓이다.

지난해 3월 업무협약을 통해 경기도 제1호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됐던 한화생명 라이프파크(용인)는 당시 나온 공공요금 약 5천만원을 직접 부담했다. 한 달가량 생활치료센터의 역할을 수행했던 해당 시설은 같은해 11월 제6호 생활치료센터로 다시 지정돼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재지정 당시 한화생명 측은 공공요금이라도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고 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비용을 정산해주고 있다.

반면, 나머지 기업들의 상황은 다르다. A 기업과 B 기업의 시설은 도가 한화생명 측의 공공요금을 부담해주기로 한 뒤의 시점에 생활치료센터로 각각 지정됐지만,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도가 세운 방침에 따라 비용 계산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으나, 어느 시점부터 정산해줄 것이며 또 비용은 언제 지급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의 통보만 기다리고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결국 감염병 확산이라는 위험 상황에서 공평한 기준이나 협상 없이 ‘고통 분담’이라는 명분으로 공공시설과 일부 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도 총무과 관계자는 “민간시설들은 가만히 있는데 공공시설에서 비용 협조를 하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며 “생활치료센터는 각 시설에서 알아서 운영하는 게 경기도의 계획이며, 국가기관이나 도 시설은 결국 국가 예산으로 책정된 것이니 자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민훈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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