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카 문명을 대표하는 ‘태양의 돌’(Aztec Sun Stone)은 달력과 우주관을 기록한 거대한 원형 석조물이다. ‘아스텍 달력’이라고도 하는 이 돌은 목테수마 2세가 1479년에 만들어 마요르 신전에 바쳤으나 에스파냐 침략자가 이곳을 점령한 후 유적을 파괴할 때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앞 소칼로 광장에 파묻었다.
태양의 돌은 그 후 270년도 넘게 땅속에 있었으나 1790년 12월17일 광장 터 고르기 작업 중에 발견함으로써 당시 세계 이목이 쏠렸고, 이 돌은 지름 3.58m, 두께 0.98m, 무게 25t에 달하는 거대한 석조 유물로 고대 아스텍 사람들의 역법(曆法)과 신앙적 우주관을 담고 있다.
태양의 돌은 원반 형태의 큰 바위를 맷돌처럼 다듬고 질서 정연한 구획 안에 신비로운 상징을 정교하게 조각해 아스텍의 수준 높은 문명을 표현하고 있다. 돌에 조각된 부조의 아름다움과 색채의 조화는 고고학적 가치를 떠나 미학적 예술성도 메소아메리카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한다.
태양의 돌에는 다양한 상징을 나타내는 문양이 새겨 있다. 석판 한가운데 혀를 내민 인물의 상징은 현세를 창조한 ‘제5의 태양신’이고, 두 손을 양쪽으로 내밀어 쥐고 있는 것은 인간 심장으로 인신공희를 상상할 수 있다.
‘제5의 태양’을 둘러싼 네 개의 네모 안에는 제1시대 야수 재규어ㆍ제2시대 바람의 신 케찰코아틀ㆍ제3시대 불의 신 틀랄록ㆍ제4시대 물의 여신 찰치우틀리케 문양이 각각 조각돼 있다. 이 표현은 현세가 오기까지 지난 과거 4개 시대는 ‘야수’와 ‘태풍’, ‘화재’와 ‘홍수’로 멸망하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바깥쪽에 사각형을 둘러싸고 있는 원 안에는 아스텍의 한 달을 상징하는 20개의 칸이 있고, 그 속에는 그날을 상징하는 동물과 식물 등을 그려 놓았다. 이 그림은 그날을 점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가장자리에 있는 원은 시간을 표시한다.
여섯 개의 원 안에 새겨진 기호와 상형문자는 안토니오 레온 이 가마(1792), 알렉산더 폰 훔볼트(1816), 에두아르도 셀레르(1904), 헤르만 바이어(1923), 엔리케 후안 팔라시오스(1943) 등이 연구했다. 그러나 태양의 돌에 남겨진 신들에 대한 기호와 상형 문자 해석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세인 ‘제5 태양’의 상징은 지진으로 무너진다고 주장하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12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종말론이 아스텍 역법에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제5 태양’이 지배한 세계는 1519년 4월 21일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스텍을 점령함으로써 이미 무너졌기에 이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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