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회식이나 할까?” 위드코로나에도 떨떠름한 직장인들….
얼마 전 한 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지난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기사였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과 코로나19의 폭발적 증가로 다시 모임에 제한이 생겼지만,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실상 중단됐던 회식이 재개되면서 ‘보복 회식’, ‘보복 음주’라는 명칭까지 나올 정도로 회식과 모임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회식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회식’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이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회음후 열전(淮陰侯 列傳)’이다. ‘회음후 열전’은 한(漢)나라의 명장이었던 ‘한신(韓信)’의 전기다.
한신은 조나라 군대와 싸우기 전, 부장들을 시켜 군사들에게 가벼운 식사를 나눠주도록 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오늘 조나라 군사를 무찌르고 나서 다 함께 모여 실컷 먹자!(今日破趙會食)”. 이후, 실제 한신이 이끄는 한나라 군대는 조나라를 한나절 만에 이기고 저녁 때 모여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 고사에서 ‘파조회식(破趙會食)’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회식’이 바로 이 사자성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직장에서의 회식이 다소 전투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이 단어가 정말로 ‘전투’에서 유래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여기서 우리는 회식의 목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 고사에서 ‘회식’은 함께 밥을 먹으며 조나라를 이긴 기쁨을 나누는 자리였을 것이다. 물론 축하의 자리이기에 술과 고기가 빠지지 않았겠지만, 술과 고기가 없었더라도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함께하는 식사’는 의미 있고 즐거웠을 것이다.
‘같이 밥을 같이 먹는다(會食)’는 것은 ‘먹고 마신다는 것’보다는 식사를 매개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남녀가 소개팅이나 데이트를 할 때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까?’라는 고민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양회술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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