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작품이 있다. 한 작품의 가격은 무려 6억원. 매우 유명한 작가의 작품일까? 아니다. 이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막 2년여가 흐른 신진 작가다. 그러나 누구이기에 작품 값이 비쌀까? 작품의 가격은 누가, 어떻게 매기는 걸까?
미국 대통령의 아들, 바로 헌터 바이든의 이야기다. 헌터 바이든은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시점부터 전업 작가를 선언했다. 그는 첫 전시의 작품 가격을 최저 7만5천달러(8천800만원)에서 최고 50만달러(5억8천700만원)에 책정했다.
우선 전업 작가로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첫 개인전을 열기는 정말 어렵다. 다양한 재료를 자신에게 맞는지 고민하고, 연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잘 맞는 재료를 선택해 작품으로 탄생하도록 수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안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 작품의 메시지를 찾고, 그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수년의 전시 경험 안에 평단과 다양한 평가에 의해서 작품의 가격이 매겨지고, 인정의 과정을 거쳐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헌터 바이든은 작가로서 연습의 과정, 인정의 과정, 이 두 가지를 프리패스(Free pass)했다. 이 높은 가격은 오로지 ‘바이든’이라는 이름 때문에 매겨진 것이다. 이것은 작품의 내용, 수준,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 작품 판매를 하는 갤러리는 전시회 관람을 갑자기 중단했다. 가격도 이렇게 높은데, 관람객을 받지 않으면 누가 작품을 살까? (일반인 말고) ‘작품을 산다’는 소수에게만 팔겠다는 속셈이다. 또 바이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작품은 보지도 않고 앞다퉈 살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악관에서는 누가 샀는지, 콜렉터의 신원을 작가를 포함해 비밀로 하겠다는 조항을 걸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 있을까? 결국 ‘바이든’家로 돈이 흘러간 것을 알게 될 수밖에 없다.
비단 미국의 대통령 아들뿐 아니라 자신의 특수한 위치, 혹은 인기를 이용해 갑자기 작가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계통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작품 값에 입히곤 매우 비싼 값을 부른다. 작품의 평가는 빠진 채 작품을 단순히 판매 혹은 뇌물로 사용한다. 자신의 사인을 판매하는 것과 예술작품으로 판매하는 것과의 차이가 있을까?
그림을 그리고 전시한다고 해서 바로 작가가 될 수는 없다. 멀리 바다 건너 미국 대통령 아들의 소식 속에서 작가의 태도와 작품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생강 협업공간 한치각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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