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대 최저 비축미량을 통해 바라본 식량안보

‘바닥 드러난 정부 비축미’, ‘쌀 모자라 정부미 대량 방출했나’, ‘쌀 수급 불안에 정부 비축미 재고 바닥’

지난 두 석 달 동안 몇몇 언론사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주요 내용은 정부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저장해 놓은 공공비축비(정부미)의 양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시장에 쌀이 모자라 정부가 급하게 공공비축미를 공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담겼다.

정부는 매년 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우리나라 1년 쌀 소비량의 18% 수준의 공공비축미를 저장한다. 정부는 이렇게 저장해놓은 쌀을 군대 급식 등으로 사용하거나, 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 일정량을 풀어 가격을 조절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부가 약 37만t을 시장에 공급해, 정부 비축미는 25년 만에 최저인 14만t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아직은 쌀 생산량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쌀 소비량보다 많은 수준이어서 당장 문제는 되지 않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주의 깊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많이 내놓은 것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준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및 자연재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쌀을 포함한 곡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는 리스크의 증가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기에, 이와 같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식량 위험’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 69.6%에서 2019년 45.8%로 40년간 23.8%p 감소했다. 이 가운데 양곡 식량자급률은 2010년 54.1%에서 2019년 47.7%로 10년간 6.4%p나 떨어졌다. 또한 2016~2018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22.5%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곡물을 충분히 생산하며 식량안보를 철저히 하고 있다. 2016~2018년 평균 호주의 곡물자급률은 251.7.6%, 캐나다는 177.4%, 미국은 124.7%로 높은 곡물자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격차가 매우 크다.

인구가 1억명이 넘는 필리핀은 세계 1위의 쌀 수입국이다. 그러나 필리핀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을 자급하고 남은 것을 수출할 정도로 쌀 생산량이 많았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지 않고 정부가 식량 자립을 포기하면서 필리핀은 1990년대 이후에는 쌀 수입국이 되고 말았다. 결국, 2008년과 2011년 국제 쌀 가격이 몇 달 만에 두 배나 오르자 필리핀 국민은 식료품 값 폭등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필리핀이 겪은 어려움은 우리나라에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우리나라는 경지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다가, 이상 기후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식량 안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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