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8개팀 942명 선수 중 20% 이상이 경인 지역…남자 팀서 활약하는 맹렬 우먼도
경기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KT 위즈가 KBO 입성 7년만에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맹활약을 펼치자 도내에 ‘야구 붐’이 불고 있다.
‘금녀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녹색 그라운드를 찾는 도내 여성 동호인이 늘어나고 있다.
여자야구는 지난 2004년 3월 국내 최초로 ‘비밀리에’가 창단된 이후 전국적으로 꾸준히 동호인 팀이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 아직 전문 팀이 없어 국가대표나 상비군을 선발할 때도 전국 각 동호인 리그의 성적을 토대로 하지만 의욕과 열정은 남자 이상이다. 최근에는 야구를 변형시킨 뉴스포츠 ‘티볼’과 리틀야구의 활성화로 일찍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 여자 선수들이 늘고 있다.
한국여자야구연맹에 따르면 전국 여자야구팀은 총 48개 팀, 942명의 선수가 있다. 약 60만명으로 추정되는 남자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에 비하면 0.14%에 불과하지만, 매년 20~50명씩 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에는 6개팀 113명, 인천시도 5개팀 77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전국 여자야구인 20% 이상이 경ㆍ인 지역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한동안 활동을 못했던 여자야구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본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오는 20일 경주에서 2주간 열리는 선덕여왕배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4~5일에는 화성드림파크서 여자야구 페스티벌이 예정되는 등 각종 대회가 열리면서 동호인들이 활기를 찾고 있다.
수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지난해 창단한 수원시여성야구단도 매주 일요일 오후, 훈련장인 수원 KT위즈파크 옆 리틀야구장에서 훈련을 쌓는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은 KT 위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간판타자’ 강백호 선수의 아버지인 강창열씨(63)다.
“자, 공을 던질 때 왼쪽 어깨가 벌어지지 않게 던지는 게 중요해. 왼발과 왼팔이 포수 정면을 향해야 공이 빠지지 않아.” 사회인야구 선수 출신인 강 감독은 일반적인 남자 선수들의 훈련처럼 큰 소리를 내 선수들을 독려한다.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이어지는 수원여성야구단의 훈련장은 캐치볼을 주고 받는 선수들의 진지함은 프로선수 못지않은 의욕이 엿보인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가끔씩 환하게 미소짓는 여자 선수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야구를 향한 열정과 꿈을 엿볼 수 있었다.
수준급 기량을 갖춘 베테랑 동호인 이미란씨(38ㆍ안성시)도 매주 토요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짐을 싸느라 분주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그는 주말 늦잠을 청할만도 하지만, 10년째 토요일 아침이 더 바쁘다. 소속 야구단의 경기를 위해서다. 지난 2011년 지인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한 뒤 10년째 남녀 팀을 오가는 ‘맹렬 우먼’이다.
남자 야구단인 ‘짱베이스볼’ 소속인 이씨는 지난 5일 오산TS구장에서 열린 경기에 오랫 만에 선발 투수로 출전해 남자 선수들을 상대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을 선보이며 3이닝 동안 탈삼진 4개와 볼넷 1개, 자책점 4점을 기록하는 투구를 펼쳤다.
2013년부터 6년간 여자 국가대표팀에서 투수와 내야수로 활동한 경력이 말해주듯 기량은 웬만한 남자 사회인야구 선수 못지 않다. 이씨는 “앞으로 남자 야구처럼 실버리그가 생겨 노년에도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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