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1일, 미국인 듀언 듀이(Duane Dewey)가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낯선 한 외국인의 죽음은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느낄 수도 있지만, 국가보훈처장은 이날 조전과 추모패를 보내 애도를 전했다. 듀언 듀이는 6ㆍ25전쟁에 참전해 1952년 4월 판문점 부근의 전투에서 적의 수류탄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 부대원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한 참전용사다.
듀언 듀이처럼 타국에서 대한민국의 자유평화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참전용사를 기리는 날이 있다. 바로 11월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이날 국가보훈처에서는 ‘부산을 향하여 1분간 묵념’하는 행사(이하 턴투워드부산)를 통해 6ㆍ25전쟁에서 전사한 3만7천902명의 유엔전몰장병들을 22개 참전국과 함께 추모한다.
‘턴투워드부산’은 범세계적 추모 캠페인으로 2007년 캐나다의 6ㆍ25전쟁 유엔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가 대한민국 현지 시각에 맞춰 동시 묵념 및 추모 행사를 제안해 그해 11월11일 제1회 추모 행사가 개최됐다. 제2회 추모행사가 열린 2008년부터는 국가보훈처 주관 행사로 격상됐으며 2020년 3월24일에는 ‘유엔참전용사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특히 대한민국의 유엔가입 30주년 및 유엔기념공원 조성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중앙행사에서는 6ㆍ25전쟁에서 전사해 2016ㆍ2017년 파주 일대에서 발굴된 영국군 무명용사 3구의 유해가 70년 만에 안장되는데, 유엔참전용사의 유해가 국내에서 발굴된 뒤 안장되는 첫 사례로 매우 뜻깊은 의미를 가진다.
경기남부보훈지청에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맞이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6ㆍ25전쟁 유엔참전 전몰장병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유엔참전의 의미를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나라 사랑의 마음을 북돋기 위해 유엔참전용사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쓰기 보훈콘텐츠와 그들이 지켜낸 자랑스러운 태극기 피규어로 꾸미는 테라리움 힐링프로그램을 결합한 행사를 기획했다. 또 6ㆍ25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가 거주하는 수원시 소재의 보훈원에서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관내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문화예술공연을 진행한다.
70년 전 인종, 언어 심지어 종교도 다른 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하나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낯선 땅 위에서 꽃다운 젊음을 명예롭게 바쳤다. 유엔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시간은 아직 늦지 않았다.
다가오는 11월11일 오전 11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대한민국의 부산을 향하여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거룩한 헌신을 기억할 것이다. 이날 우리 국민 모두 한마음으로 추모 묵념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 모두의 가슴속에 의미 있는 기념일로 자리 잡길 소망한다.
박용주 경기남부보훈지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