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대장동 해법, ‘사람 구속’ 아닌 ‘8천억 환수’다

‘유죄’ 전제한 수익 환수 구상
배임 제외 등 공소장에 ‘흔들’
‘無특혜-必환수’, 애초 모순?

지난 7일 경기도가 보낸 공문이 있다. 민간에 간 수익 환수를 권고하고 있다. 공문 속의 환수 설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청렴 이행서약서,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인 유죄다. 서약서는 2015년 체결됐다. 사업자의 비위 책임을 정해놨다. 계약 단계에 따라 책임 정도도 있다. 그런데 이 판단의 근거가 유죄다. ‘사법기관에 의해 인정되는 경우’라고 돼 있다. 결국, 근거는 하나다. 이해관계자 유죄다. 그리고 구속자는 유동규 하나다.

성남시가 충실히 따라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준공 승인 연장이다. 공영개발 준공 승인을 미루겠다고 한다. ‘했다’는 것은 아니다. 11월에 신청이 들어오면 ‘하겠다’는 것이다. 자산 동결, 개발이익 배당 중지 구상도 있다. 역시 ‘앞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은 경기도의 의견과 같다. 이해관계인의 유죄를 기준 삼겠다고 했다. 유동규 공소장을 입수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내 사설은 20일자였다. ‘환수 1천억으로 수익 8천억 면죄부 주려나-경기도ㆍ성남시의 환수 약속이 미덥잖다’고 썼다. 위험한 기대라고 봤다. 구속 영장 속 죄명은 두 개였다. 하나가 배임으로 범죄 액수 1천100억원이다. 다른 하나는 뇌물로 대장동 업자에서 받은 5억원, 위례신도시 업자에서 받은 3억원이다. 다 넣어도 1천100억여원이다. ‘1천억 환수하고 7천억 인정?’ 나만의 괜한 가정일까. 어쨌든 내겐 그렇게 보였다. 우려는 맞았다. 그것도 너무 빨리, 너무 극명하게 맞았다. 사설 하루 뒤, 유동규가 기소됐다. 공소장이 나왔다. 영장에 있던 배임죄가 사라졌다. 성남시가 계속 거론했던 그 배임죄다. ‘유씨 배임죄가 성립되면 손해배상 가능하다’고 설명하던 그 배임죄다. 뇌물도 바뀌었다. 8억원이 5억원으로 줄었다. 거창한 700억원(세후 428억원)짜리가 들어가긴 했다. 별 볼 일 없다. 약속 범죄다. 인정된들 몰수할 돈이 아니다.

자, 이제 뭐로 환수할 건가. 핵심은 유동규였다. 그의 유죄가 중요했다. 그 언덕이 무너졌다. 배임이 사라졌다. 환수의 핵심 근거가 사라진 거다. 뇌물도 쪼그라들었다. 몰수할 범죄 액수가 쪼그라든 거다. 검찰도 영 민망했던 모양이다. ‘유동규 추가 수사’라고 흘렸다. 글쎄다. 유동규는 이제 검찰 피의자가 아니다. 법원 피고인이다. 검찰이 불러도 안가면 그만이다. 그걸 막아줄 변호인단까지 화려하다. 수사 끝난 거 아닌가.

대장동 여론조사가 있다. 여기저기서 한다. 질문은 똑같다. ‘특검으로 가야 하느냐.’ 그래놓고 ‘50 몇%가 찬성했다’고 발표한다. ‘누구 게이트로 보느냐.’ 이래놓고 ‘아무개 게이트’라고 발표한다. 대선 정국이다. 안 그래도 국론이 쪼개져 있다. 물음 자체가 정치다. 답변도 당연히 정치다. 보수엔 ‘이재명 게이트’, 진보엔 ‘국민의힘 게이트’다. 이런 뻔한 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민심과 분노는 따로 있는데….

8천억원! 그제, 한 어른이 말했다. “젊은이들이 ‘8천억원’에 멍~해졌다.” 투박하니 더 와 닿는다. 요새 젊은이들, 정신을 놨다. 8천억 수익…50억 퇴직금…50억 고문료…. 한 청년이 버스킹 연설대 올랐다. “권력에 가까운 자는 수천억을 벌어 일평생을 떵떵거리며 살고, 권력과 멀리 있는 국민은 일평생 내 집 마련 꿈조차 꿀 수 없게 처참하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대장동 민심이다. 가늠 안 될 분노에서 시작돼 이제 회복 안 될 절망까지 왔다. 사람 잡아넣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장, 국회의원, 특검, 업자…다 잡아넣어도 안 된다. ‘부족하지만 그나마 해볼’ 일은 복구다. 8천억원을 환수해야 한다. 그래서 공정을 복구해야 한다. 그 책임과 권한이 성남시에 있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다. 시(市)가 특혜 안 줬다고 강조할수록, 민(民)의 반환 의무도 없어지는 것인데….

‘절대로, 부당 특혜 준 적 없다’-‘반드시, 부당 수익 환수하겠다’. 이 두 주장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보나. 나는 그 묘수를 알지 못한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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