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민금순
보이지 않는 쪽도
달이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늘 바빠서
밤에만
볼 수 있는
아빠는 숨은 반달.
보이지 않아도 빛나는 아빠의 사랑
꽉 찬 보름달도 보기 좋지만, 반쪽만 나온 반달도 그에 못지않게 곱다. 아니, 오히려 반쪽만 나온 달이 보는 이의 마음에 그리움을 더한다. 그래서인가, 예부터 시인들은 반달이나 초승달을 즐겨 노래해왔다. 민금순 시인 역시 반달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반쪽을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쪽도/달이 있어요.//말하지 않아도/아빠가 나를/사랑하는 것처럼//’. 아이는 반쪽만 나온 달에서 아빠를 생각한다. 하고많은 대상 속에서 아빠를 택한 아이의 저 어른스런 마음. 이 동시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 있다. ‘늘 바빠서/밤에만/볼 수 있는/아빠는 숨은 반달.’ 아빠는 직장 일로 밤에만 잠깐 볼 수 있다. 꼭 반달이다. 게다가 늘 피곤해한다. 직장 일이 많이 고단한 모양이다. 아이는 그런 아빠에게서 사랑을 느낀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키가 자라듯 마음도 자란다. 곧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아이는 저를 위해 일터에서 땀 흘리는 아빠를 그냥 보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스스로 깨달았다. 시인은 그 아이의 기특한 마음을 지나치지 않았다. 세상의 아빠들에게 보내는 어린 것들의 사랑 시로 읽으면 더욱 맛있는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