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포기할 수 없는 자유 ‘위드 코로나’ 공존의 길

마스크가 일상이 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1년 반을 훌쩍 넘겼다. 하루 확진자가 2천명을 넘나드는 4차 대유행은 매우 엄중함을 경고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나라에 고난이 닥칠 때마다 나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기희생적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 준 시민방역 협조는 세계적인 뉴스를 장식할 만큼 모범적인 공동체 기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모두의 노력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은 각종 변이바이러스 출현으로 그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잇따른 거리두기 조치로 골목상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는 더 이상 스스로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이들의 삶을 전부 책임지기도 어렵다.

필자는 구리시재난대책본부장으로서 전략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생활방역을 전제로 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19)’ 시대를 점진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위드 코로나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로의 전환이다. 코로나에 대한 방역을 포기하고 중증 환자만 치료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백신 접종률과 확진자 수 추이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를 조절하자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기존의 거리두기 조정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제는 사망과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 전환해서 경제ㆍ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역시스템 전체를 재정비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뜻이다. 이미 영국ㆍ덴마크ㆍ이스라엘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고, 호주ㆍ뉴질랜드도 위드 코로나 전환을 예고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비율이 81%에 이르며, 코로나와 공존하는 ‘뉴 노멀 (new normal)’ 위드 코로나로 방역과 일상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는 한국형 위드 코로나 극복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다. 확진자 위주 정책에서 가장 많은 언어 사용이 자칫 의료시스템 붕괴다. 반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재택 치료가 확대된다. 젊고, 증상이 없고, 중증으로 갈 위험 인자가 적은 확진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치료할 수 있다.

변이에 변이를 만들어내는 코로나19 완전 종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건강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은 국민 모두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감기나 독감과 같이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언론 기고문에서 “코로나 사태는 시민권과 관련한 중요한 시험이며, 앞으로 우리 각자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아니라 과학적 자료와 의료 전문가를 신뢰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유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결국 위드 코로나는 모두가 살아야 하는 벼랑 끝 자유를 향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국민적 여론에서도 10명 중 7명이 위드 코로나 전환을 찬성하고 있다. 시민 스스로도 적극적인 백신 접종과 감염병 예방 및 확산 차단을 위한 면역력 증진 운동에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며, 지역사회는 보건ㆍ건강 기능 강화 노력을 통해 범시민적인 위드 코로나를 대비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온 가족이 마스크를 벗고, 건강과 행복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안승남 시정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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