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반의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선행하는 필수요소는 지역주민들과의 인터뷰나 설문이다. 사전조사를 통해 마을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경험을 파악해야 수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성격과 맥을 짚을 수 있다. 내가 건네는 질문은 단순하다.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혹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가?’ 따위의 질문에서 시작해서 방문의 횟수나 최근의 경험을 묻는다. 만약, 대답이 ‘NO’라면 설문은 종료된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고 내가 만난 주민의 표본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난 나의 경험을 비춰보면 태어나서 문화예술관련 경험이 전무한 사례도 왕왕 접하곤 한다.
혹자들은 ‘굳이 미술관에 안 가도 된다. 나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예술 따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질문해보고 싶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예술을 좋아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속단하자면 ‘경험해보지 못해서’, ‘기회가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진행하던 예술프로젝트가 끝나면 ‘생강씨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나이와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듣는 이야기라면, 필자의 대답에 조금이라도 수긍이 갈까.
처음에는 ‘미술
이런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기에는 자본투여가 필수다. 그렇다보니 보통의 문화예술 공간이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장점으로는 편리한 시설과 대규모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손쉽게 이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규약과 까다로운 절차가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의 집 앞에서, 내 눈앞에서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어떤 문이 필요하다. 그 문은 누가 만들 수 있을까? 다양한 예술의 종사자들,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간다.
공공기관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그것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친근하게 다가가기 어렵거나 하지 못하는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민간의 문화예술 공간도 분명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문화재단을 운영하며, 각 구별로 문화재단이 존재한다. 문화재단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각 구별로 자신들의 동네 특색에 맞춘 문화행사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와 내 주변을 이해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속에서 새로운 나를 찾는 경험을 경기도의 각 도시에서도 느끼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마을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생강 협업공간 한치각 공동 대표·문화예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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