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문패

문패

  

                    김재수

들며 나며 늘

바라보이는 곳에

문패 하나 걸었다

아버지 이름 바로 곁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문패 하나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어

가물가물 잊혀 질 것 같은

엄마 얼굴

들며 나며

가장 잘 보이는 곳

못 꽝꽝 박아

문패 하나 걸었다.

누군가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가을

엄마가 돌아가신 모양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엄마를 붙잡아 두고 싶다. 그 마음이 요 동시를 낳았다. 비록 마음일망정 아버지 문패 곁에 엄마 문패를 단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은 것이다. ‘볼 수도 없고/만날 수도 없어/가물가물 잊혀 질 것 같은/엄마 얼굴’. 어릴 적 엄마의 부재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또 있을까? 엄마 없는 세상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어린이의 마음일 것이다. 시인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문패로 드러내 보였다. ‘들며 나며/가장 잘 보이는 곳//못 꽝꽝 박아/문패 하나 걸었다.’ ‘꽝꽝’이란 말이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행여나 바람에 떨어질까 봐 젖 먹은 힘까지 주어 박은 엄마 문패. 어릴 적 필자는 엄마의 하룻밤 부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슨 일로였는지 엄마가 출타한 그날 밤 울음으로 지새웠던 그 길고도 무섭던 하룻밤의 추억. 이 동시를 본 순간 저 까마득한 지난날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가을은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나게 해주는 계절. 이 세상에 없는 이를 더욱 그리워하게 해주는 계절. 어린이는 물론 나이 많은 어른에게도 한 번쯤 소중한 이의 존재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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