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3-②

번개 비 지진의 케찰코아틀 신을 아스텍 시대에 틀랄록 신으로 형상화 한 모습

테오티우아칸 유적지 입구에 서면 ‘태양의 피라미드’(Pyramid of the Sun)가 어서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드론을 띄우지 않고서는 유적지를 한 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정도라 규모에 압도당한다.

하루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오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4시간 정도 머물 수 있다.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둘러볼 곳이 많고 규모도 커 중요 유적 5곳 정도 탐방하고 시간이 남으면 박물관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먼저 유적지에서 세 번째로 큰 ‘깃털 달린 뱀의 피라미드’(Feathered Serpent Pyramid)라는 별칭을 가진 케찰코아틀 신전(Templo de Quetzalcoatl)에 다다른다. 이 신전의 속살은 2003년 폭우 때 한 고고학자가 사방 1m 크기의 싱크 홀이 생긴 것을 찾았다. 그는 지하에서 기원후 50∼200년 사이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는 다수의 유골을 발굴했고 지하 터널은 200년에 이미 봉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죽은 자의 길 주변 석조 건축물들
죽은 자의 길 주변 석조 건축물들

유적의 가치를 인정한 세계기념물감시위원회는 2004년 감시목록에 올렸고, 지금도 발굴 중이라 입구에는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쉽지만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및 역사연구소 자료를 바탕으로 피라미드를 살핀다.

신전은 6단으로 다른 피라미드보다 높이가 낮고 전면 계단을 중심으로 각 층 좌우에 깃털 달린 뱀 머리와 몸통을 형상화한 섬세한 조각이 장식돼 있다. 1천500년 세월이 흘렀어도 그 위용과 정교함을 잃지 않았고 미려한 아름다움은 고대 조각품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신전 벽에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 코치니아를 재료로 만든 천연염료로 정교한 문양에 색을 칠한 아름다운 벽화가 남아 있다.

다신(多神)을 믿었던 고대 신앙에서 케찰코아틀은 비를 내리는 신으로 땅의 풍요를 상징한다. 멕시코 고대 문명을 이해하는 데 태양신과 더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신을 상징하는 문양은 테오티우아칸 시대 전사들이 착용하는 투구나 머리띠 중앙을 장식했던 심볼로 케찰코아틀은 후대 아스텍 시대 틀랄록(Tlaloc)과 같다. 신전은 150∼200년 사이에 조성된 초기 지하 기단 위에 450∼500년에 피라미드를 올렸고 종교와 정치 중심지였다.

케찰코아틀 피라미드(위쪽 사진)의 계단 오른쪽을 확대한 사진으로 깃털 달린 뱀의 머리를 번갈아 보여주는 조각으로 머리 아래 옆으로 기다란 물결 형상의 깃털 달린 뱀 문양을 볼 수 있다.
케찰코아틀 피라미드(위쪽 사진)의 계단 오른쪽을 확대한 사진으로 깃털 달린 뱀의 머리를 번갈아 보여주는 조각으로 머리 아래 옆으로 기다란 물결 형상의 깃털 달린 뱀 문양을 볼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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