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수돗물, 살고 싶은 도시 만드는 큰 걸음

(사진)행정부시장

현재의 정수처리방식의 상수도는 19세기 초 유럽의 도시에서 시작했다. 이후 비약적으로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인천은 1908년에 동구 수도국산에 최초로 송현배수지가 준공했고, 1910년 12월 1일부터 전국에서 5번째로 수돗물 급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제 1일 110만t이 넘는 물을 300만명의 시민에게 공급하고 있으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역사 속에서 큰 성장을 한 셈이다.

긴 시간 속에서 부침도 겪었다. 작년과 재작년 2번의 수돗물 사태를 겪으며 깨져버린 시민들의 믿음은 훨씬 더 끈질기고 기나긴 노력이 있어야만 되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물길을 바꾸려다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같은 실수의 반복을 막기 위해 수계전환 전 과정의 구체적인 매뉴얼이 치열한 토론 끝에 만들어진 상태다.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해 전방위적으로 정수장의 시설을 개선하고 운영 인력을 전문화하는 것에도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더 냉정한 외부의 시선으로 더욱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다. 영국왕립표준협회가 제정한 ISO 22000은 식품을 만드는 수준으로 위생관리 체계를 마련해야만 받을 수 있는 인증이기에 엄격하고도 까다롭다. 강이나 댐에서 끌어 온 원수를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맑아진 물을 걸러내고 소독 처리를 해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수돗물로 만든다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다. ISO 22000은 이 모든 위험 요소들을 국제규격에 맞추어 제거해야 한다. 부평·남동·공촌·수산 4개 정수장과 병입 생산시설에 방충 설비와 위생전실 설치, 활성탄지 밀폐, 이물질 차단장치 등 기본시설을 갖추기 위해 128억원을 투자했다. 1년 가까운 준비 작업과 시설개선 끝에 협회의 현지실사 결과가 나오고 마침내 인증서를 받았다.

ISO 22000 인증취득을 통해 수돗물 생산공정에 대한 과제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수돗물을 어떻게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급할 것인지 관망과 이송문제에 신경 써야 할 차례다. 1970년대 인천의 도시개발 과정에서 설치한 30년 이상의 노후 관망은 이미 1천㎞에 달한다. 상수도 사고와 수질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인지라, 올 한해만 해도 40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순차적으로 노후관을 교체해 나가고 있다. 1970년대부터 운영을 시작해 이미 노후한 정수장도 마찬가지다. 낡은 밸브 하나만 바꾸려 해도 해당 정수장을 멈춰야 하니, 이 여파는 다른 정수장의 생산 과부하와 수질사고의 위험이 있는 수계전환으로 줄줄이 이어진다.

이제는 안전한 수계전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수계전환이라는 위험요소를 삭제하는 획기적인 수돗물 공급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거점 배수지와 정수장들을 복수로 연결하는 전국 최초의 ‘정수권역 통합급수체계’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한강에서부터 수도꼭지까지 단계별로 수질 위기상황을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관망관리 인프라도 구축사업이 한창이다. 우리는 수돗물 사태와 이의 극복과정을 통해 도시의 기본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회기반시설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안영규 인천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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