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행자는 도로 위 ‘멈춤’ 신호입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1991년 사망자 1만3천429명에서 2020년도에는 3천81명으로 줄었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행자 사망자 비중은 다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2.9명으로 OECD 국가 28개국 중 칠레(3.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명이다. 주요국을 보면 독일이 0.6명, 영국과 프랑스 0.7명, 일본 1.2명, 미국이 2.0명으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이처럼 우리나의 교통문화는 아직까지도 사람보다는 자동차 중심인 것 같다. 도로에서 보행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에, 보행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정책으로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련기관이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안전속도 5030’이 올해 4월1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지역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에서 50㎞로, 주택가 같은 이면도로에선 30㎞로 낮추는 내용으로 자동차 중심의 교통 환경을 ‘사람이 우선’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운전자의 과속을 단속하기 보다는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부상정도를 줄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서울 종로를 대상으로 안전속도 5030 시행 전(2017년 7~12월)과 시행 후(2018년 7∼12월)의 교통사고율을 분석한 결과 보행 부상자가 22.7% 감소했다.

하지만 필자도 최근에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도심에 적용된 제한속도 50㎞ 주행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도심 운행속도 60㎞에 체화돼 있어 나도 모르게 과속을 하다가 50㎞ 과속 단속 구간임을 알고 속도를 갑자기 줄였던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텅 빈 도로에서는 이렇게 까지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잘못된 생각임을 알고 있다. 차량 소통을 우선할 것이냐, 안전을 생각할 것이냐의 문제를 놓고 본다면 안전이 먼저다. 운전자인 나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 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안전속도 5030’ 제한속도 하향정책이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이고, 보행자에 대한 운전자의 양보문화를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나혜원 경기남부녹색어머니회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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