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ㆍ황연주 등 수 많은 국가대표 육성…“기회 주어지면 프로팀 맡아 보고파”
“9년전 런던올림픽 때는 느껴보지 못한 뿌듯함과 자긍심을 지난번 도쿄올림픽서는 느낀 것을 보니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프로팀을 지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고등부 최강인 수원 한봄고등학교(교장 김용무) 배구부를 이끌고 있는 박기주 감독(55)은 30대 중반에 열정 하나로 팀을 맡아 지도를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흐른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감독이 한봄고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2년으로 처음에는 코치를 맡았다가 이듬해 9월 감독에 취임했다. 교명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 한일전산여고에서 2012년 수원전산여고로, 그리고 남녀 공학에 따라 2019년 한봄고로 변경됐다. 교명은 바뀌었지만 배구부는 변함없이 최강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20년동안 지도하면서 일군 우승 횟수만도 33회에 이른다.
이 기간 배출해낸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 유스대표 등 각종 연령대별 대표 선수만도 30여명에 달한다. 그의 지도를 받은 대표적인 선수는 ‘월드스타’ 김연경(상하이)을 비롯, 한송이(KGC인삼공사), 황연주(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표승주(IBK기업은행) 등 국가대표급이 즐비하다.
한봄고가 꾸준히 정상을 지켜오고 있는 것에 대해 박 감독은 ‘열정과 훈련, 인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도자는 열정이 없으면 그 생명은 다한 것이다”면서 “항상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과 지략도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땀(훈련)은 거짓말을 안한다. 20년동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좋은 성적과 많은 국가대표들을 배출해낸 반면 지도자로 인기는 없다고 웃었다.
박기주 감독의 지도 철학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인성이다. “배구선수 생활은 짧다. 긴 인생에 있어서 배구 외의 삶을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은데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어느 분야서든 어울리고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 감독은 실업팀 고려증권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후 1994년 5월 여자 실업팀인 KT&G(현 KGC인삼공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1996년부터 5년간 흥국생명에 몸담은 뒤 한봄고 전신인 한일전산여고의 부름을 받았다.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9년 여자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2010~2011년 청소년대표팀 감독, 2012년 유스대표팀 감독, 2016년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더불어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아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하는 데 앞장서 지난 도쿄올림픽에서의 ‘4강 감동드라마’에 기여했다.
올해도 한봄고를 전국대회 2관왕에 올려놓은 박 감독은 ‘프로팀을 맡아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솔직히 없다면 거짓말이다”라며 “그런데 내가 훈련을 강하게 시킨다고 소문나서 인지, 아니면 현직 교사라서인지 프로팀에서 아무도 연락이 오질 않는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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