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⑥

5-붉은 벽돌과 푸른색 타일로 외관을 쌓고 돔 형태로 지붕을 올린 포시토 성당
붉은 벽돌과 푸른색 타일로 외관을 쌓고 돔 형태로 지붕을 올린 포시토 성당

아스텍 시대에는 태양신의 생명력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공양하던 태양숭배 신앙이었지만 누에바 에스파냐 시대에는 침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매일매일 여러분을 위해 피를 대신 흘려주기 때문에 태양은 절대 사그라지지 않는다”라는 말로 가톨릭으로의 개종을 독려했다.

식민 초기 원주민들은 개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가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한 후 빠른 속도로 개종이 이루어져 태양에 영원한 생명력을 공급하기 위한 명분의 인신 공양은 사라졌다. 그 후 도시에는 교회가 세워지기 시작했고 지금의 콜로니얼 건축물의 상당 부분이 교회다.

과달루페 성모 발현 이후 가톨릭은 멕시코 전역에 뿌리를 내렸고 원주민 토착 문화와도 자연스럽게 혼합되며 새로운 종교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실례로 과달루페의 성모 그림 속 마리아도 원주민 인디오 피부색을 가진 모습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친밀감을 높였다. 이 기적은 원주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에스파냐는 종교적 일체감을 바탕으로 중남미 식민지 건설에 발판을 구축했다.

예수 그리스도 사제상(좌)과 이곳을 다섯 차례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동상(우)
예수 그리스도 사제상(좌)과 이곳을 다섯 차례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동상(우)/인디오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세례 모습(좌)과 성모께 기도하는 모습의 벽화(우)/입구 조각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세리토 성당

때로는 좋은 꿈을 꾸고 산 복권이 1등으로 당첨되는 기적 같은 행운이 일어난다. 신학적 개념의 기적은 종교적 상황에서 믿는 신이 자신의 기도나 일상에서 초자연적인 상징으로서 발생하는 일이다.

몇 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시골 성당에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로 변한 기적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체의 기적은 깊은 기도 속에서 인식되는 신앙적 기적이다. 과달루페 성모 발현처럼 불가사의한 형상이나 상징도 신앙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고 교회 안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의미가 부여된다.

여행은 이처럼 현지인의 일상을 넘어 종교적 신념과 믿는 신앙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받는 것보다 베풀었을 때 기억이 오래 남듯이 책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현지에서 생생한 현장을 보면 이해도 빠르고 밤하늘에 수놓은 별처럼 촘촘히 뇌리에 기억되며 느낀 감정을 글로 정리할 때 여행의 추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5-포시토 성당 내부 모습
포시토 성당 내부 모습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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