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교육 언론매체를 통하여 금요일 오후만 되면 조퇴를 일상화하는 특정 교사에서 촉발되어 학기 중에 조퇴, 병가, 연가 사용에 대해 3년 6개월 동안의 교원 복무 실태를 제출하라는 경기도 교육청의 공문 시행이 논란이 되었다. 이에 교육청과 교원단체 간에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며 논쟁 끝에 결국 없던 일로 마무리되었다. 당시 교육청은 전수 조사를 통해 국가공무원법 복무규정에 따른 복무실태를 점검해 ‘무분별한’ 휴가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였다. 하지만 그보다 이는 교사에게 법과 책임 의식에 따라 행동의 차이를 보여주는 매우 전통적이고 현학적인 논쟁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젊은 교사와 중견 교사 간의 의식 차이를 놓고 설왕설래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중견 교사들은 “나 때는 말이야~ 결혼도 방학 기간을 찾아서 했지. 학기 중에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이야.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철석같이 따랐지.”라고 말하며 요즘 젊은 세대들의 무분별한(?) 휴가 행위에 불만을 토로한다. 필자 또한 방학 중인 8월 첫 주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일요일에 대사를 치렀다. 그 기본적 의식의 저변에는 학기 중에 학생은 물론 동교과 교사들에게 보강이라는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체 시간 강사를 구할 수 있어 동료 교사에게 무작정 피해를 주는 것은 피할 수 있다. 다만 담당하는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지도에 잠시나마 심리적인 안정과 균형을 깰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요즘의 젊은 교사들은 법적으로 시간 강사 채용이 보장되니 원하는 시기에 인륜대사를 거행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부담 없이 특별휴가(5일)를 실행한다. 물론 거기엔 사전에 예식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부가적인 사유도 있다. 현재의 교원 복지가 제도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현 제도를 기꺼이 수용하고 적용하는 것은 하자가 없다. 그런데 이것이 왜 문제를 유발하는 것일까?
교사는 학생의 유무 여부에 따라 직업적 존재의 의미가 있다. 즉,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과 빡빡한 학사일정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교사에 따라 그들에게 순간이나마 크고 작은 영향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왜냐면 교육은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교사 개인으로서는 이런 모든 조건을 고려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실제로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이를 두고 느끼는 감정, 예컨대 직접적인 수업 공백에 대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책임 의식의 정도는 누구든 잠재하게 된다. 이조차 부정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 의식의 유무로 연계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교육은 농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처럼 학생들도 한시라도 교사의 관심과 주목, 관리를 받으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학년 초에 자녀가 어떤 담임교사를 만나느냐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기서 더해 교사의 열정과 책임, 윤리의식 등 높은 수준까지 기대한다. 이는 담임교사든 교과 교사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사 누구나 개인적인 삶, 가정에서의 역할이 있고 또 봉양할 부모도 있다. 과거처럼 학생을 위해 개인사를 희생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학교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서두와 같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조퇴, 병가, 연가를 무분별하게 쓰는 교사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마치 노사의 갑을 관계처럼 많은 교사에게 일방적인 헌신과 희생을 요구한다면 이는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이고 또한 그런 상황에서는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기대할 수도 없다. 다만 교사 역시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처럼 학생을 위한 책임 의식이 법적인 권리 행사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는 의식만은 상존(常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