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없고 지역 특색 반영 안해... ‘기피목’ 은행나무 14곳 상징
18곳은 까치 등 유해동물 지정, “지자체 특성 나타내도록 해야”
각 지자체마다 시ㆍ군을 대표하는 나무, 꽃, 새 등 상징물이 있다. 대부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동ㆍ식물이나 특산물을 상징물로 지정하지만 경기도와 31개 시ㆍ군의 상징물들은 별다른 개성 없이 대부분 비슷한 동ㆍ식물을 지정해 이어져왔다. 과거 유행처럼 지정했던 천편일률적인 상징물들을 이제 지역에 맞게 바꾸고 현대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나무는 한때 가로수의 대명사였다. 공기 정화가 뛰어나고 병충해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1970~1980년대 상당수 지자체들이 도ㆍ시ㆍ군목(木)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은행나무는 기피목으로 분류됐다. 가을철 열매 특유의 악취 때문이다. 상징목으로 식재하고 기피목 지정으로 벌목하는 일이 반복됐다.
6일 경기도와 31개 시ㆍ군을 살펴봤다. 도와 31개 시ㆍ군 중 절반가량인 14개 자치단체(43.7%)가 은행나무를 상징목으로 지정하고 가로수를 식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끈질긴 생명력과 무궁한 번영, 시민의 화합 등을 상징한다는 공통의 이유가 있었다. 실질적으로 벌레가 덜 꼬이고 관리하기 쉬운 은행나무를 유행처럼 지정, 관리해온 셈이다.
비단 나무만이 아니다. 상징 꽃도 지자체별 개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도ㆍ시ㆍ군화(花)는 크게 ▲개나리(경기도ㆍ가평군ㆍ남양주시ㆍ안양시 등 10곳) ▲철쭉(구리시ㆍ성남시ㆍ의정부시 등 6곳) ▲진달래(수원시ㆍ양평군ㆍ이천시)가 주를 이뤘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강인한 자생력’(개나리), ‘줄기찬 번영’(철쭉), ‘풍요와 근면’(진달래) 등을 지정 사유로 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개성이 없는 건 같다.
도ㆍ시ㆍ군조(鳥)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평화와 안전의 심볼인 비둘기를 상징물로 선정한 곳이 많다. 하지만 비둘기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도시에서 소음 유발과 배설물 등으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유해조류로 분류된 상태다. 환경부는 비둘기 외에도 까치, 까마귀, 꿩, 참새, 어치, 직박구리 등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도내 광역ㆍ기초 지자체 총 32곳 중 절반이 넘는 18개 지자체(56.2%)가 유해 야생동물을 도ㆍ시ㆍ군조로 지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까치가 8개시(고양시ㆍ광명시ㆍ김포시ㆍ성남시ㆍ안성시ㆍ양주시ㆍ의왕시ㆍ이천시)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비둘기 6곳(경기도ㆍ과천시ㆍ구리시ㆍ양평군ㆍ의정부시ㆍ파주시), 꿩 3곳(가평군ㆍ용인시ㆍ하남시), 까마귀 1곳(오산시) 순이다.
1972년 10월 꿩을 군조로 지정한 가평군은 깃털의 화려함이 지역 경관과 유사하다고 봤다. 같은 시기 의정부시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비둘기가 쾌적한 도시 의정부를 상징한다고 여겼다. 대부분 지자체가 이같은 이유로 상징 새를 선정했다. 사실상 기존 새가 갖고 있던 이미지에 지정 사유를 끼워 맞췄을 뿐, 지역별 특색은 크게 반영하지 못했다. 더욱이 유해조류로 지정된 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생물종이 아니어도 지자체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상징물을 지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관계자는 “과거 지자체들이 상징물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경쟁하듯 ‘지정을 위한 지정’을 하다 보니 모두 똑같은 상징물이 돼버렸다”며 “이제는 각 지자체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상징물을 찾아야 한다. 경기도에서도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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