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위드 코로나와 수출 중소기업

수출을 잘 하는 기업은 어딘가 다르다. 직항이 없는 나라와 도시만을 골라 판로개척을 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남들이 피하거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혹독한 경쟁의 세계에서 자기 울타리를 치는 것일 수 있다. 지난 7월 말 백신2차 접종까지 마친 가정용 세제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사장이 그동안 유선으로만 진행해온 계약 건을 매듭짓기 위해 직원들의 만류에도 경기비즈니스센터(GBC)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매일 2만5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나라지만 백신을 믿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현장에선 백신접종 이후 기업들의 대면 비즈니스 활동이 재개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와 공존을 하려는 위드 코로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비록 동남아, 일본 등 곳곳에서는 델타변이로 더 촘촘한 통제가 이어지고 있긴 하나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나라마다 시간표만 다를 뿐 전환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도 구체적으로 노령자의 90%, 성인 80%가 접종을 마치면 위드 코로나 전환을 검토한다고 한다.

위드 코로나 전환은 기업의 경제활동에 숨이 트이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나라마다 시행시기와 조건이 다르므로 잘 숙지하고 활용한다면 수출판로에 있어서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선, 수출기업들이 코로나19와 공존을 선택한 나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출입국의 자유로움 여부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출발지 기준 14일 이내 중국과 서유럽 국가(쉥겐 26개국) 등에서 오는 사람들에겐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동남아 진출이 막히자 수출중소기업들이 미국시장에 관심이 높은데 미국시장에서 중국기업들 부딪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판로개척에 상당한 이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원활한 판로개척활동을 위한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해야 한다. 셀러와 바이어가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전시회 같은 마케팅 기능이 작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전시회가 예정대로 개최되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위드 코로나’라고 해도 아직은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것을 꺼리고 있어 전시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셋째로 위드 코로나 적용에 있어 내국민과 외국인간 차별 여부다. 해외입국자에 대해 의무격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자국 거주민에게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제약이 없지만, 해외 입국자들은 입국 후 3주간의 격리를 통해서만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어 과도한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판로 활동에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은 틈새시장을 찾아 발로 뛰어 바이어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길이 원천적으로 막혔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제 그 길이 열리고 있다. 아직은 그 길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위드 코로나가 수출중소기업에 반가운 이유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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