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부쳐

코로나19 확산세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지난달 6일 1천명을 넘긴 이후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10일에는 확진자 수가 2천명을 훌쩍 넘어버렸다. 무서운 확산세 속에 강력한 거리두기 방역조치가 길어지며 서민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 반등과 코로나 격차를 해소하고 서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코로나 상생 지원금’이라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진통이 있었다. 지급 여부와 지급액, 지급 범위를 두고 정부와 여ㆍ야 간의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뤄진 이후 국회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을 의결ㆍ확정했다. 모두가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지난 13일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전 도민 100% 지급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먼저 밝혀두자면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의 이러한 결정이 있기까지 어떠한 협의 요청을 받아본 적도, 예산에 대해 논의도 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경기도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경기도의회의 입장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결정과정에서 의회는 철저히 배제됐다. 지난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결정 사례에서처럼 의회의 역할과 존재를 무시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지사의 의회 무시가 극에 달한 듯하다. 이재명 지사가 도대체 의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목표를 위해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비민주적 폭거다.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의회 의결로 확정되는 사안이다. 경기도는 이미 1, 2차 재난기본소득으로 많은 빚을 갚아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2029년까지 8년간 연평균 2천841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소득 상위 12% 추가 지원 시, 경기도 추가 부담 예산이 3천736억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금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내세우기보다는 재난 극복을 위한 모두의 협력이 필요할 때다. 도민의 혈세가 개별 정치인의 정책적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이미 정부와 여ㆍ야가 합의한 사항에 불복하는 등 민주적 합의절차를 무시하고 면밀한 예산 분석과 재정상황 파악도, 의회와의 협의도 없는 독단적 결정을 의회가 지지할 수는 없다.

독단과 독선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의 파괴와 후퇴로 이어진다. 민주주의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의사결정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힘이다. 어렵다고 생략하거나 돌아갈 수는 없다. 또한 분열과 갈등을 통해 얻은 이득이 과연 다음 시대의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인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부디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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