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ㆍ대학 통산 34이닝 50사사구 딛고 올 시즌 2군서 제구 개선…“켄 자일스 떠올리게 한다”
“욕심내지 않되 자신감을 앞세워 던지려 한게 타자들에게 통한 거 같아요. 다음 등판에서는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투구를 펼치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신인 투수 조요한(21)은 지난 13일 SSG랜더스필드서 열린 KIA와의 경기서 프로 첫 1군 등판을 마친 소감을 당차게 밝혔다.
조요한은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서 SSG에 2차 7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로 이날 등판서 최고구속 156㎞를 포함, 1이닝 1볼넷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등판을 마쳐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데이터상 최고구속은 154㎞였지만, 전광판에 찍힌 156㎞라는 숫자는 과거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엄정욱 등 SSG 구단 역사에 남은 파이어볼러들을 떠올리게 했다.
키 191㎝, 몸무게 100㎏에 이르는 좋은 하드웨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 후반대 속구와 140㎞ 중후반대 슬라이더가 1군 타자들을 상대로 통했다는 점에서 이번 데뷔전의 의미가 깊었다.
이날 경기서 조요한은 첫 타자 류지혁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우려했던 제구 불안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듯 했지만, 김호령과 한승택을 각각 우익수와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박찬호를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글러브를 착용한 왼손이 투구 시 왼어깨와 수평으로 접히는 투구폼에 높은 타점, 속구와 슬라이더 조합은 201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켄 자일스(시애틀 매리너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조요한은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제구를 잡겠다는 생각보단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했다”며 “지난 6월말 첫 1군 콜업때는 출전 기회가 없었지만 팀이 이겨서 좋았는데, 이번에는 팀이 져서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조요한은 광주일고 2학년 때 최고구속 147㎞를 기록하며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듬해 구속을 줄이고 제구를 보완하던 중 구속과 제구 모두 나빠져 야구를 그만둘 지경까지 갔다. 그러나 가족과 지인들의 권유로 2년제 동강대에 진학했고, 비록 고교ㆍ대학 통산 34이닝 50사사구에 이르는 제구 문제가 여전했지만 SSG 스카우트진은 조요한의 단점보다 재능을 더 높게 사며 지명을 타진했다.
입단과 동시에 조요한은 신앙심을 이유로 이름을 조정호에서 현재 이름으로 개명했고, 퓨처스리그(2군)에서 최창호ㆍ제춘모 코치의 지도 하에 제구 개선에 착수했다. 최창호 코치는 조요한의 투구 매커니즘이 좋기 때문에 투구폼을 뜯어고치는 건 반대했다.
대신 투구시 손목의 불필요한 동작을 고치면서 제구가 잡혔고 올 시즌 퓨처스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 1승(2패)과 8세이브를 수확했고 20이닝 동안 탈삼진 20개와 볼넷 6개를 내주며 제구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서태웅 아마야구 전문가는 “조요한은 제구와 구속 모두 무너진 고3 시절에도 속구가 상당히 좋은 수직 무브먼트를 갖추고 있어 금방 제 폼을 찾을거라 예상했다”며 “대다수 파이어볼러들이 횡회전이 좋은 반면 조요한은 종회전이 좋은 편이라 구속 이상으로 구위도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했다.
김원형 SSG 감독도 “(조)요한이가 가능성이 높은 투수인건 알고 있지만 큰 기대를 하게되면 선수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압박하진 않고 있다”면서도 “기회를 꾸준히 줄 계획이고 주어진 기회 속에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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