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료원 A병원에서 코로나19 전담 간호사로 근무하는 김아영씨(가명ㆍ41)는 지난해 12월 확진자에게 항생제 주사를 놓던 중 자신도 감염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증상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한 선제 검사 결과 확인됐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면 좀 쉴수 있겠다”라는 말을 동료들과 농담처럼 했던 터였다. 농담이 현실로 다가오자 덜컥 겁이 났고, 심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김 씨는 “코로나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지만, 혹시 나 때문에 동료가 걸리지 않았을까, 가족들은 괜찮을까?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25일간 치료를 받으며 쉴 때도 일손 부족에 허덕일 동료들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곧바로 ‘전장’에 나갔다. 김 씨는 완치 후 7개월 째인 현재까지 29명의 코로나 확진 환자가 있는 병동에서 근육이완제를 맞아가며 버티고 있다.
그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방호복을 입고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옷과 고글을 벗으면 땀인지 콧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쏟아진다”라며 “1년 4개월째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할 때가 허다하지만, 다들 할 수 있는한 끝까지 버텨보자며 다독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다 감염된 의료진들이 완치 후 다시 ‘코로나 현장’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끝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인력의 감염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 대응을 하다 감염된 소속 의료진과 간호조무사 등은 12일 기준 21명으로 이들은 완치 후, 다시 감염 환자 치료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의료진 감염이 이어지자 이들의 안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환자를 치료하다 확진된 의료인은 전국적으로 565명이다. 간호조무사 등 코로나19를 전담하는 인력을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간호사회 관계자는 “환자를 돌보다 확진이 돼도 본인이 책임감과 죄책감 등으로 인해 상당수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알고 있고, 또 본인의 생업이기에 곧바로 복귀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2천명대 안팎을 기록하면서 현장 의료진의 피로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 의료진을 위해 아이스 용품을 지급하고 선별진료소 방역 인력의 심리지원을 위해 정신건강 평가, 스트레스 측정 등 ‘마음 안심버스’ 운행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의 피로감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다.
경기도간호사회 관계자는 “이러한 지원은 의료진의 어려움을 덜어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 “대응에 지친 의료진이 잠시라도 쉴 수 있게 새로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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