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에게
박상재
높은 장대 끝에 앉아
바람에 멱감는 나무새
마을이 잘 되기만 바라보며
한 자리만 지켜온 새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뭇새들 볼 때마다
너도 날개 퍼덕이며
마음껏 펄펄 날고 싶겠지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엔
아무도 몰래 날아보렴
하늘새 솟대야
한 자리를 지키는 외로움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우는 나무새다. 신앙물(信仰物)인 이 솟대는 어느 것 할 것 없이 높은 장대 끝에 앉아 있는 게 특징이다. 높이 앉아 멀리 보라는 뜻에서였을까? 솟대를 볼 때마다 몹시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솟대를 통해 한 자리를 지키는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을이 잘 되기만 바라보며/한 자리만 지켜온 새’. 그렇다! 그 자리는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자리도 아니며 돈이 굴러들어오는 자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고수하는, 어떻게 보면 약삭빠르지 못하고 똑똑하지도 못한 모자라는 존재다. 세상에는 솟대 같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남이야 뭐라던 자기 자리에서 맡겨진 일을 말없이 한다. 대우를 받지 못할지라도 불평하지 않고, 업신여김을 받을지라도 맘 상하지 않는다. 세상은 이런 그들이 있어 균형을 유지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너도나도 좋은 자리만 탐낸다면?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엔/아무도 몰래 날아보렴/하늘새 솟대야/. 3연은 시인이 외로운 그들을 위로하는 구절이다. 밤중일망정 남들처럼 버젓이 날개 퍼덕이며 마음껏 날아보라는 것. 아, 지상의 솟대들이여! 아름다운 존재들이여!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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