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의 울림’ 소방경보시설을 아시나요

한밤중에 들리는 굉음, 평안한 잠을 이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순식간에 당혹감을 불러 일으키며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바로 소방경보시설이 내는 경종의 울림이다.

경보시설은 연면적 400㎡ 이상의 건축물 등에 설치된다. 건축 준공 시 설치되고 나면 평생 울리지도 않고 철거되기에 이르거나 사람들의 호기심에 울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만일의 화재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울림을 내며 소방공무원에게는 화재 발생 위치(층)를 알려주는 중요한 시설이다.

불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도구다. 잘 다뤄 미래로 나아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로 인해 평생 공들인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문명과 삶, 그리고 생활 속 안전을 지켜내고자 건축물마다 설치된 경보시설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웃지 못할 QOL(Quality of Life)시대라고도 부른다. 수많은 정보를 ‘스마트’하게 접하고 모두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언제든지 맞춤형으로 원하는 것을 선별해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언제나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은 119신고와 신속한 대응으로 공익의 ‘탑’을 수호하는 데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 사이 소방시설도 발전을 거듭하며 사람 대신 경보시설이 화재 여부를 알려주고, 자동화재속보설비는 스스로 화재를 감지하고 소방기관에 통보해준다.

오인 작동이 잦다 보니 비록 소방관에게 사랑받는 시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기계’가 이 땅 위에 존재할까 반문해보기도 한다. 오인율 99%일지언정 출동 벨 소리에 다시 한 번 간절히 오인이기를 바라면서 출동한다. 1%의 확률로 누군가 평생 공들인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재속보설비는 지난 2004년 6월4일 소방방재청 고시 제ㆍ개정에 따라 대상물에 설치되고 소방기관에 정보를 통보한다. ‘오인율 99%’라는 비유가 나온 것은 화재 감지기의 오동작이다. 화재 여부를 파악하는 감지기는 열ㆍ연기ㆍ먼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감지, 수신기에 경보를 울린다.

화재 사실을 알아채는 감지기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만큼 성능ㆍ기술 개발과 관련 규정을 더욱 강화한다면, 이는 곧 국민의 안전으로 직결되리라 본다. 생명의 울림, 경보시설. 기계와 사람이 함께하는 시대에 국민 삶의 질을 더욱 높이고자 하루빨리 QOL시대에 걸맞은 감지기가 설치되길 기대한다.

최영희 안양소방서 현장대응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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