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멕시코 토속 음식을 주된 메뉴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광장 주변에 생겨 타코와 부리또를 비싼 가격으로 서비스한다. 하지만 서민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현지인처럼 길거리에서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한다. 콜로니얼 시절 귀족에게 무시 받던 원주민 음식이 지금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그들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음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을 돌다 보니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식욕을 돋우는 냄새와 조금 전 느낀 타코 맛이 입안에 맴돌며 침샘을 자극한다. 코끝을 자극한 냄새에 이끌려 가던 발길을 멈추고 부리또를 또 먹는다. 매콤한 멕시코 고추 맛은 입안에서 우리네 매운맛과 소통하며 또 다른 맛의 진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피로가 몰려들고 체크인 시간이 되어 호텔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씨티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여행경비를 인출한다. 미국이 가깝고 미국 경제권이라 그런지 사용하기도 쉽고 환율도 괜찮으며 도시 곳곳에 현금 인출기가 있어 편리하다.
수많은 여행자가 멕시코시티를 방문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아스테카 제국 고대 문명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에스파냐 식민 지배와 그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혁명 시대를 거치며 변모한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모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원주민은 16세기 초 에스파냐에 정복되기 전까지는 멕시코 전역에 기원전부터 발달한 올메카· 마야· 톨테카· 아스테카로 이어진 토착 문명을 가진 고대 문명국가였다. 하지만 1521년 코르테스가 이곳을 점령한 후 멕시코 사회는 에스파냐 국왕이 파견한 부왕(副王, Viceroy)에 의하여 빠르게 식민 사회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혼합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는 에스파냐에서 파견된 식민 관료, 멕시코에서 출생한 백인(Criollo),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Mestizo) 그리고 원주민으로 이어지는 네 계층 간 계급 사회가 형성된다. 식민 관료는 멕시코 사회의 정치적 권력을 장악하고 크리올료는 대토지 소유제에 기반을 둔 경제력을 차지한다. 하지만 메스티소와 원주민은 대농장(hacienda)에서 혹사당하는 노예(peon)로 전락한다.
이런 폐단이 쌓여 1810년 9월 신분 해방을 원하는 메스티소와 정치권력을 원하는 크리올료가 힘을 합쳐 전쟁을 일으켰고 이들은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다. 이때 독립 전쟁을 이끈 이뚜르비데(Iturbide)를 중심으로 잠시 왕정으로 복귀하였으나 3년 만에 종식되고 1824년에는 공화제 헌법이 선포되어 오늘날 멕시코합중국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독립과 함께 노예 해방을 형식적으로 선언하였고 1세기 동안 대토지소유제가 폐지되지 않음으로써 노예제도는 오히려 더 광범위하게 자리 잡았고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져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구조가 형성되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언어 소통· 문화 차이· 음식과 잠자리 불편도 있지만, 몸에는 엔도르핀이 솟는다. 여행지에서 접한 생생한 현장 체험은 눈과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차게 할 뿐만 아니라 명작처럼 깊은 감동의 울림을 받는다.
여행길에서 눈길 닿아 느낀 감정을 뇌리에 차곡차곡 쌓아 여행에서 돌아와 느낀 감동의 울림을 마디마디 글로 엮어 정리한다. 이렇게 쓴 에세이는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고 세월이 지나면 지울 수 없는 인연처럼 굽이굽이 곡수처럼 아름답게 이어진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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