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의지 있는가?

작년 국회에서 통과한 2021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공공의료 확충예산이 사실상 ‘0원’이라며 시민 단체들이 크게 반발한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였다. 코로나 19의 재확산 때마다 병상확충 문제가 불거졌으면서, 그때마다 공공의료 확충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도 증축 설계 예산만 ‘생색내기’처럼 반영했다는 비판이었다. 정부가 ‘감염병’ 등 보건위기 대응역량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예산 증액이라고 제시한 금액은 단돈 15억 원이었다.

그 비판에 따르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4만 병상을 늘려야 하고, 여기에 드는 예산은 연간 2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적은 돈은 물론 아니지만, ‘슈퍼예산’으로 불리는 올해 예산 558조에 비하면 그리 커 보이진 않는다.

연일 기록을 깨뜨리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며 지속되고 있기에 이들을 모두 소화하고 치료할 병상 확보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부 관계자들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부동산 정책 등 많은 실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생사를 가름 할 수 있는 공공의료 문제를 이렇게 접근하면 ‘생색내기’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을뿐더러, 나아가 더 많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물론, 아무리 끝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심해져만 가는 코로나 19라도 메르스나 사스처럼 언젠가는 진정세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차원의 역병이 언제고 나타나리라는 것도 사실이다. 방역 위기 때마다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그 확충의 절실성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벌어지곤 하였다. 그런데도 아직은 예산에 반영시킬 정도로 무르익지는 못한 모양이다.

다시 심각해지는 코로나 19의 기세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UNCTAD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는 소식이다.) 한국 제품이 고품질, 고가의 고급 상품으로 인기를 얻게 한 것(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아니 코로나 덕에 한국의 수출실적은 역대 최고라는 소식)은 K-Pop에 드라마와 영화의 덕도 작지 않겠지만, 결정적으로 K-방역의 역할이었다. 그렇다면 공공의료 확충으로 K-의료의 기운을 북돋아 명실상부한 선진국 공공의료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2019년 12월말 기준 21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5.5%에 불과하다. 또한, 공공의료 병상 수는 61,779개로 전체 병상의 9.6%에 그치고, OECD 평균 공공병상 수의 1/10 수준이며, 프랑스(61.5%) 독일(40.7%) 일본(27.2%)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또 하나, 의료 환경으로 보자면 민간 의료기관 마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어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열악한 지역의료 환경의 개선으로 지역에서 국가적 감염병에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은 바로 공공의료 확충이다.

정부가 예산만 위하는 게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추가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공공의료 확충 의지를 보여야 한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공공의료 확충 정책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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