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건축을 예술이라 배웠고 지금은 건축사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평생을 건축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얼마 전 ‘건축사 의무가입’에 대한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과 국토부장관의 질의응답을 듣고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건축 관련 단체가 꽤 많이 존재한다. 20여년 전에는 건축사들도 여타 단체들처럼 의무가입이 법으로 규정돼 있었지만 선배 건축사들이 반납해 현재는 임의 가입으로 각자의 선택에 의해 가입 유무가 결정되고 있다.
현재 건축 관련 현안으로 가장 큰 문제는 건축 관련단체들이 서로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자기 목소리만 내세우고 있을 때 건축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새로운 법안이나 규정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불편과 고통은 결국 자라나는 건축 꿈나무들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포항지진으로 생긴 피로티구조 관련 법안이나 제천 화재사고의 소방관 진입창, 최근에 발생한 광주 해체감리 전도사고에 따른 법안들이 모니터링과 건축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통행 법안으로 제정되고 있음에 답답함을 느낀다.
또한 어느 국회의원의 “건축사가 공적 기능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스스럼없이 “없다”라고 답변하는 국토부장관의 발언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수치스럽기까지 했다.
2019년 발족한 ‘건축사 재난 안전 지원단’의 업적으로 2020년 대통령 단체표창 수상, 건축 관계법령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사용승인에 따른 현장조사 업무 대행ㆍ건축지도원, 일선 시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기ㆍ수시 점검, 일선 시군 일일 민원 봉사, 소방청ㆍ행안부 등의 대규모 시설 안전점검 등 건축사들이 국민의 안전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 경기도 23개 지역건축사회에서 김장담그기, 저소득층 집 고치기, 장학금 지급 등 연간 1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투입해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건축사로써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도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고 사회를 좀먹는 이익단체로 치부하는 현실에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의무가입 문제 역시 건축사라는 본분은 같지만 소속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큰 대의를 저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건축사협회는 오로지 회원을 위한 정책과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하고 새건협, 건축가협회, 건축학회, 여성건축사회등 관련단체들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위한 큰 틀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것을 인식하고 ‘우리 건축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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