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65일 안개를 감시하는 눈 ‘해양안개관측’

현대문학 사상 가장 탁월한 단편소설로 불리는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은 안개에 관한 소설이다.

무진(霧津)이라는 가상의 지명은 ‘안개 나루’라는 뜻이며, 안개를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이라는 묘사를 통해 감각적인 묘사로 표현했다.

이처럼 안개는 적군처럼 위험하고,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처럼 두려운 존재다. 특히 바다에서 발생하는 짙은 안개(해무, 海霧)는 해안에 있는 도로, 섬을 잇는 다리에서의 사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박이 오가는 바다 위에서의 선박 충돌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해양경찰청이 발표한 ‘2019년 해상 조난사고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5년간 발생한 해상 조난사고 1만5천993건 중 위험기상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1천799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짧은 가시거리로 인한 사고는 537건이 발생했으며, 2019년에는 한 사고당 6.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풍랑(4.4명)이나 태풍(0.6명)과 같은 위험기상에 의한 사고보다 많은 수치다.

이처럼 해상에서 발생하는 선박 충돌사고의 주요 원인은 ‘안개’다. 해상에서의 안개는 1㎞ 이내의 극히 좁은 범위에서도 가시거리가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더욱 상세하고 정확한 해상기상관측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해상안개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해양수산부와 협업해 여객선 항로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해역의 등표와 등대에 ‘해양안개 관측장비’를 설치, 안개를 관측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인천ㆍ경기해역에 25대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해양안개 관측장비는 ‘시정계’와 ‘영상촬영장치(CCTV)’로 구성돼 있다. 시정계는 빛의 산란 원리를 이용하여 대기의 탁한 정도를 측정하며 수평 방향으로 목표물을 볼 수 있는 가시거리를 산출한다. 기상학적으로 수평 가시거리가 1㎞ 미만일 때를 안개라고 하는데, 시정계는 10분 간격으로 해당 지역의 가시거리를 산출하고 이 관측값을 활용해 해상의 안개 발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영상촬영장치는 시정계를 보조하는 장비로 가시거리 측정값과 함께 현재의 안개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한 후 사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달부터는 인천·경기해역 25개 지점의 자료를 기상청 해양기상정보포털에서 제공할 예정으로 누구나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안개 관측 정보는 주요 여객항로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어업활동 중인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 바다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선박사고 등에 대응할 수 있고, 안개의 발생 여부에 따라 선박 출항 여부가 결정되는 여객선사에서는 선박 출항 여부를 보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기상청은 안개 다발지역에 해양안개 관측장비를 지속해서 추가 설치해 해양안개 관측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상청은 국민이 바다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365일 쉼 없이 해상 위험기상을 감시해 정보를 제공하고, 관측자료를 지속해서 축적해 나감으로써 우리나라 해상기상예보에 대한 예측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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