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식재산 정책에도 지방자치 시급해

조동환

몇 해 전부터 글로컬(Glocal)이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자로 하면 세방화(世方化)정도가 될까? 정보와 지식이 개인과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자 가치창출의 원천인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국가간 영토의 경계(Border)보다 지방(Local)이나 지역(Zone)이 새로운 행정과 경제활동의 단위로 세분화, 특성화됨에 따라 해당 지역에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지방분권화, 지역균형화와 함께 지역의 자체적 경쟁력 확보가 필수요소이다.

정부는 지방행정의 효율적이고 민주적 운영을 통한 지방의 균형발전과 국가의 민주발전 확보를 목적으로 1949년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였으나, 유신체제 등 굴곡의 시기를 거친 후 1988년에서야 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 지방자치 추진이 본격화되었다.

그간 지역균형화 정책을 위한 여러 특별법이 제정되었는데,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고 지역혁신 및 특성화 발전을 통해 자립형 지방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그 대표적인 법률로, 이에 기반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2018∼2022)계획」 등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은 지식재산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고, 지식재산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을 분담하여, 특허청 지원 사업을 지자체 사업으로 이관하여 그 운영을 확대했다.

우리도 그동안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지역지식재산활성화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2004년부터 특허청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지역지식재산센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지역 특색에 맞는 지식재산권의 창출·활용을 촉진하여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유기적 협력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같은 지역지식재산 지원정책과 시행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인식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였으나 지자체가 직접 주도하는 방식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을 통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지식재산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의 지식재산 기본계획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임이나 참여가 아니라 수평적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한 완전한 의미의 지방자치와는 차이가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의 지식재산권은 한 두 가지 기술이나 지식 혹은 특정 영역만으로 한정시키기 어려운 새로운 지식유형으로만 아니라, 다차원의 융복합적 요소로 구성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지식재산 정책과 시행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중앙정부의 주도 혹은 특정 부처 영역의 틀을 넘어 지역적 특성이 더욱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도 지식재산기본법에 의한 지식재산 기본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저작권 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산업재산권 등은 특허청이 주관하는 등 기능과 역할이 산재하여 있어, 부처 간 이해관계와 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인해 중앙정부 주도형 지식재산관련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서 갈수록 비효율적 요소와 한계가 부각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식재산 인프라 기반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되 세부 정책과 시행은 지자체가 주도하는 전략적 역할 분담이 실현되어야 한다. 지역의 지식재산 정책 수립과 시행은 해당지역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수행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지방 균형발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지식재산 정책의 수립과 시행분야에도 완전한 지방자치가 시급하다.

조동환 법학박사ㆍ한국나노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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