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성장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수치만으론 어둡고 길었던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공감하지 못한다.
기업의 규모를 따질 것 없이 수출이 잘되는 기업과 안 되는 기업으로 나뉘는 전형적인 K자형 양극화를 보이는데,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 15개 부문이 대기업 업종이라 광의로 보면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볼 수 있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영세한 수출중소기업이 수혜를 못 누리는 것은 이들의 업종이 산업재나 중간재가 아닌 대면 비즈니스 의존율이 높은 소비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가운 점은 판로개척 환경이 대면으로 바뀌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지도 있는 국제전시회가 멈춰 선지 18개월만에 처음으로 오는 9월1일부터 3일간 ‘플로리다의료기기전’이 오프라인 개최를 한다. 전시회를 최고의 수출마케팅 수단으로 간주하는 우리 중소기업들도 오프라인 재개에 관심이 높다. 이번 미국전시회에 참가할 한국관 24개사가 조기모집된 것은 물론이고 중소수출기업인이 미국행 비행기를 예약하며 대면 전시회를 고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기업의 기대와는 달리 전시회의 완전 재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은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위주로 전시회 개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선진국은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자 과감히 비즈니스의 빗장을 풀며 글로벌 교역을 주도하고 있다. 관세청 국가별 수출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미국과 유럽지역 수출 비중이 각각 15.2%, 14.5%로 이는 코로나 이전 13.5%, 12.7%보다 크게 증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반면,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시장의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언제 대면 비즈니스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활동이 가장 많은 중국도 아직은 자국 위주의 전시회는 개최하지만 글로벌 개방에는 주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로서는 이런 글로벌 판로 환경에 맞춰 시장이 열린 미국과 유럽진출을 시도, 중국 및 아세안으로 치우친 수출의존도를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원현장에는 이런 움직임이 크다. 코로나 이후 경기도 LA통상사무소(GBC LA)로 미국진출을 희망하는 수출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여전히 코로나 상황에서 중소기업들로서는 전시회 정보획득이 어렵고 참가절차도 까다로우며 부대비용도 많이 들어서 독자적인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도움을 주는 만큼 수출기업들은 미리미리 공공부문의 전시회 지원 프로그램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판로활동을 할 수 없던 많은 수출기업이 품질 개선과 신제품 개발하며 비대면의 힘든 시기를 버텨 왔다. 빨리 다가오는 대면 비즈니스 장에서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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