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몰아친 경기지역 부동산 시장…“규제 완화 없으면 현상 이어질 것”

“집은 구해야하는데 매물은 찾을 수가 없고.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가니 느는 건 한숨 뿐입니다.”

내년 결혼을 앞둔 A씨(36)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혼집을 수원에서 신축 아파트로 장만하려고 했지만 원하는 매물이 나와도 금방 거래가 체결되고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A씨는 “부동산에서도 매물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며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 조금 기다려볼까 고민도 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니 매물이 나오면 어떻게든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매물잠김과 전세품귀가 현실화되며 경기지역 부동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6월1일부터 인상된 양도소득세로 매매 매물이 급감하고,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전ㆍ월세 매물까지 덩달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5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지역의 아파트 전ㆍ월세 거래량은 1만2천784건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만3천644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세대란기’로 꼽히는 2011년의 최저 거래량 1만3천166건(11월)보다도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는 8천583건으로 2019년 4월(7천968건)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적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동기(3만4천983건)와 비교하면 4분의 3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지난 달부터 본격 시행된 임대차 3법과 양도세 인상으로 인해 매물이 잠기고 있어서로 분석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매물이 한정적이다 보니 소수의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려도, 여전한 수요에 거래가 체결되고 호가는 다시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하남 지역의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 호가가 다소 높더라도 계약이 체결되는 추세”라며 “신고가 거래 이후에는 매도자들이 또 호가를 올린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은 비례하는 양상을 띄는데, 다주택자ㆍ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공급은 줄었지만 여전한 수요에 집값이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규제 완화가 없다면 이런 현상과 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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