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도만 줄여도 생명을 지킨다

교통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갑작스럽게 멈춘 앞 차량을 추돌할 뻔 한다거나 시인성이 저하되는 야간에 보행자를 칠 뻔 한다거나 운전대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이 같은 교통사고의 아찔함을 겪어 봤을 것이다. 실제로 2020년에만 20만 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일 평균 5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인데, 이처럼 빈번한 교통사고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교통사고로부터 서로 생명을 지키려면 모두 함께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보행자의 교통안전 확보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3,081명 중 무려 1,093명이 보행자다. 이는 자동차 승차자의 사망자 수인 1,071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상자 수는 3만8천32명으로 자동차 승차자 사상자 수인 21만6천409명의 17.6%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행자 교통사고는 자동차 사고에 비해 사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취약한 보행자의 교통안전을 도모하고자 도입된 정책이 지난 4월 17일부터 전면시행된 ‘안전속도 5030 속도 하향정책’이다. 도심 보조 간선도로와 보행자가 많은 도로, 왕복 4차로 등 도심부의 일반도로의 속도를 50km/h로 하향하고 주택가 등 이면도로, 어린이 보호 구역 및 특별 보호 요구 지역은 30km/h로 하향한다.

속도 하향의 목적은 명확하다.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하더라도 부상 정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실험 결과,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중상 가능성이 60km/h일 때 92.6%, 50km/h일 때 72.7%, 30km/h일 때 15.4%로 나타났다. 사람은 단 10km/h 속도 차이에도 중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약 20%나 높아질 만큼 쉽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로서는 제한 속도의 하향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택시 요금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실험 결과 통행시간은 2분 차이, 택시 요금은 200원 미만으로 나타났고 오히려 평균 주행속도가 3.3km/h 증가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전국 68개 지역에서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13.3%, 전체 사망자 수가 63.6%, 치사율은 58.3%나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자동차 운전자의 속도 하향으로 목숨을 구한 보행자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에 충격 당한 보행자가 공중에 날아가는 교통사고 장면을 목격했을 때, 자동차가 얼마나 순식간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지 경각심이 고취된 적이 있다. 이제 우리의 교통문화는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안전속도 5030 속도 하향정책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란 거창하고 힘든 일이 아니다. 제한 속도를 준수하고 지키는 것.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김제현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경기북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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