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매력의 풍선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명곡이고, 한 번 더 여행 가고 싶은 나라가 좋은 나라다. 초청하고 싶은 국가가 매력있는 나라이듯 미국은 5월 하순 매력적인 한국의 대통령을 초청했다.

화상 정상회의가 일상이 되는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를 워싱턴으로 초빙해 직접 마주 앉았다. 코로나19의 안개가 여전한 상황에서 당연히 예외적인 결정이다. 그만큼 미국에 한국은 필요한 상대이고 어쩌면 절실한 파트너인 것이다.

전선에서 생사를 함께하면서 동맹으로 발전한 한미관계는 고희(古稀)의 연륜이 됐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듯 두 나라의 관계도 호혜적으로 진전됐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대통령을 특별수행해 워싱턴의 행사에도 참석하고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도 알렸다. 미국 내 초미의 과제는 코로나 위기로 촉발된 경제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미국인들이 한국을 반색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은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핵우산과 연합방위의 확장억제를 받는 대신 미국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에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이 함께한 자리에서 명예로운 메달을 받은 90대의 한국전 참전용사는 격세지감을 느끼며 마음 속으로 감동하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노병(老兵)이 바로 동맹의 상징이었다.

한미동맹은 미·일 동맹과 질적으로 다르다. 한때 최대의 공적이었던 일본과 대소련 봉쇄의 전략적인 이유로 탄생한 미·일 동맹은 이해타산적인 일면이 깊숙이 내재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일 동맹이 아태지역 내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드러나 있지만 20세기 역사의 전면과 후면을 제대로 아는 미국의 파워 엘리트들은 마음 속에 일말의 경계심을 지우지는 않고 있을 것이다.

시작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해 온 한미동맹은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상호 윈윈의 호혜성을 높이며 진화발전해 왔다. 이번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추모의 벽’이 착공을 알리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한미관계가 투영되고 있다. 동맹 현안의 하나인 전작권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고 쿼드 플러스라는 난제가 고민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방미에서 보듯 분명히 지금은 한미 양국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긴밀한 협력파트너이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한국의 최첨단 미국 현지공장들이 텍사스에, 조지아에 매력의 풍선을 달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풍선에는 ‘Republic of korea’ 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어느 날 일어나니 바이런이 명사(名士)가 되어 있었듯 부지불식간에 우리 한국이 선진강국의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 누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을까. 역사의 복수는 이런 것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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