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동시 나무

동시 나무

                                 윤금아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월’이라 써보래요

꽃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향기’라고 맡아보래요

새들이 무슨 노래를 하는지?

‘악보’라고 찍어보래요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쓰면

그것이 살아 있는 동시래요

나무의 생각, 꽃의 말, 새들의 노래

그보다 더 아름다운 시는 없대요.

어린이 마음으로 지어야 맛이 나는 동시

어떻게 하면 동시를 잘 지을까 묻는 어린이를 종종 만난다. 그런 어린이에겐 요 동시가 교과서다. 우리가 매일 보는 나무와 꽃 그리고 새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적으라고 한다. 그러면 그게 가장 좋은 동시란다. 옳은 말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아저씨가 강연 때마다 하는 얘기도 바로 요 얘기다. 산이 하는 말, 물이 하는 말, 나무가 하는 말을 받아 적으라고 한다. 그러자면 내가 산이 되어야 하고, 물이 되어야 하고, 나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무의 생각, 꽃의 말, 새들의 노래/그보다 더 아름다운 시는 없대요.’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 이게 바로 동심이다. 동시는 어린이 마음으로 지어야 맛이 나는 시다. 오래전, 농아들의 축제 행사에 글짓기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바 있었다. 그날 난 한 어린이의 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좋은 날, 나는 왜 우리 편이 이기라고 소리를 못 지르나!” 마음을 담은 글은 읽는 이를 감동케 한다. 꾸미는 글이 아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바다의 파도처럼 감동의 물살을 일으킨다. 시인은 동시작가뿐 아니라 동화 구연과 시 낭송가로도 맹활약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펴낸 동시집 <그래 넌, 별이잖아!>는 어린이들의 입맛에 잘 맞춘 동시들로 가득 차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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