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경제총조사

박은영 경인지방통계청 경제조사과장
박은영 경인지방통계청 경제조사과장

필자의 부모님은 1979년부터 1998년까지 20년간 목욕탕을 운영하셨다. 직원 없이 운영하셨기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부모님의 고단함은 어린 나로서도 조금은 짐작이 됐다.

목욕료가 크게 오르거나 주변에 새로운 경쟁업체가 생겨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면 임대료와 연료비 등으로 부모님의 걱정 어린 모습을 보곤 했다. 그럴 때 부모님은 ‘장사하면서 힘들 때는 손님이 많아 일이 많을 때가 아니라 영업 준비를 다 해놓고도 일없이 손님을 기다릴 때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코로나19로 대중목욕탕도 이용객의 발길이 뜸하다는 뉴스를 보니 예전에 아버지의 걱정하셨던 때가 생각난다.

2020년 3월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펜데믹이 해를 넘어 반년이 지난 시점에 와 있다. 지구촌의 가장 큰 행사인 2020년 올림픽이 연기됐고 스포츠는 무관중이나 소수 관중으로 진행됐으며, 해외여행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사람들이 모이는 많은 일은 각자의 집 컴퓨터 화면의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갔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추억해보자. 여름 휴가철, 방학, 연휴 때면 수많은 사람이 공항에 몰려들어 배낭과 캐리어를 들고 세계 각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 수속을 한다. 공항 내 면세점과 식당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멀티 플렉스 영화관에는 영화를 보려는 많은 사람이 팝콘과 청량음료를 들고 영화관 입구에 줄을 서 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는 회식하는 직장인들로 왁자지껄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런 일상이 멈춰진 지 오래고 또한 언제쯤 이런 일상을 안심하고 누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행업, 관광업, 음식점 등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이 여전히 큰 걱정이다.

통계청은 2021년 6월14일~7월30일까지 우리나라에서 산업활동을 하는 사업체와 기업체 등 약 330만개를 대상으로 경제총조사를 실시한다. 경제총조사는 5년에 한 번 실시하며 작년의 인구주택총조사가 인구와 주택에 관한 총조사라면 경제총조사는 경제활동 전 분야의 모든 경제단위를 대상으로 산업 전반의 구조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총조사다. 지자체를 통해 전국 약 1만6천500명의 조사요원ㆍ내검요원 등이 채용됐으며 이 중 현장 조사원이 사업체를 방문해 조사할 예정이다. 6월14일~7월9일 기간에 인터넷으로도 응답할 수 있다. 이번 경제총조사의 슬로건은 ‘오늘의 경제를 듣고 내일의 대한민국을 준비합니다’다. 코로나19로 많은 사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이 시기에 통계청 조사원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총조사의 슬로건처럼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사업체의 경영상황 파악을 통해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이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오히려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확한 통계를 통해 현상을 제대로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하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항공사 조종사가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직원의 무급휴직이 지속되는 가운데 희망 사항이 ‘어서 빨리 비행을 하고 싶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에 가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가 찍힌 여권을 들고 TV의 그 조종사가 운항하는 비행기의 승객이 돼 ‘다시 비행하는 날’을 꿈꾸어 본다.

박은영 경인지방통계청 경제조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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