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
요즘 인기리에 방송 중인 한 안전 프로그램에서 ‘호통의 신’으로 통하는 방송인 박명수씨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매회 불법 주정차가 화재 발생 등 긴급 상황 시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화재출동 상황을 가정하며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길이 막혀 소방차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화재진압 시 물을 보급하는 시설인 소화전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가려져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실제 화재 발생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며 아찔하다. 급기야 그는 화재 진압 골든타임을 놓치자 “열불 나서 방송 못 하겠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방송에서 보이듯 불법 주정차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7년 12월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기억하는가? 센터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지체되면서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던 가슴 아픈 사고였다. 불법 주정차는 소방시설 차단과 비상구 폐쇄와 같이 소방안전 3대 불법행위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만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큰 방해요소란 얘기다.
지난 2019년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소화전 등 소방시설 5m 이내 주정차를 하다 적발되면 승용차는 8만원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반 불법 주정차 과태료보다 두 배 비싸다.
특히나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구역은 소화전을 중심으로 5m 이내 구간 주정차 금지 알림을 위해 빨간 선으로 친절하게 표시까지 해놨다. 그러나 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또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화재현장에 나가보면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를 세운 채 대원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먼 거리를 뛰어들어가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또 상당량의 소방용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출동한 소방차에 저장된 물로는 화재를 진압하는 데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화전 등 소방시설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러한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을 깨고 안전질서가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대적인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또 속도감 있는 현장 출동을 위해 소방차 통행곤란지역 소방출동으로 확보훈련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기도소방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9년 1천843건에서 지난해 2천388건으로 29.6% 증가했다.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간절한 바람은 그저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나와 우리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하자. 박명수씨의 호통을 더 들을지 아닐지는 오로지 여러분의 관심과 건전한 시민의식에 따른 실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장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생활안전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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