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권력 중심의 언론 오판, 지방 좌절의 역사 곳곳 남아...당당히 중앙 맞설 계기 돼야
시장이 대들면 다쳤다. 맞서선 안 되는 중앙정부였다. 그때 쓴 칼럼도 이런 역사다. 90년대 말 심재덕 수원시장 얘기다. 법무부가 구치소 증축계획을 짰다. 당시 부지를 아파트 업자에 주려고 했다. 주민들이 다 반대했다. 시장이 나섰다. ‘절대 안 해주겠다’고 했다. ‘공원부지로 묶겠다’는 말도 했다. 법무장관의 노여움을 샀다. 수원지검에 ‘하명 사건’이 떨어졌다. 시장이 구속됐다. 무죄가 됐지만 다 잃고 난 뒤였다.
그땐 그랬다. 지방이 중앙에 대들면 안됐다. 칼럼의 붙인 제목이 이랬다. ‘교도소 반대하는 시장, 구속 시켜라.’ 2012년 2월2일자다. 최대호 안양시장의 전화가 왔다. ‘칼럼은 잘 봤는데, 나를 구속하라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다’라며 웃었지만 사실 그의 얘기 맞았다. 안양교도소 신증축에 반대하고 있었다. 살벌하게 법무부와 대치 중이었다. 불행하게도 칼럼은 맞았다. 그 뒤 측근들이 다 잡혀갔다. 그도 낙선했다.
국토부 위력도 컸다. 역시 안양시에 남은 역사가 있다. 2005년 국토부가 100만호 건설을 추진했다. 소형 임대 아파트 중심의 공급계획이었다. 안양 관양지구 등 4개 지구를 지정했다. 2만2천700가구를 짓겠다고 했다. 신중대 안양시장이 반대했다. ‘하수처리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까지 하며 국토부와 맞섰다. 얼마 뒤 그도 털렸다. 공무원에게 인터뷰 자료 쓰게 한 혐의로 엮였다. 벌금 500만원으로 중도 하차했다.
중앙에 맞서면 안 되는 거였다. 교도소 짓겠다면 그러라고 해야 했다. 아파트 짓겠다면 지으라고 해야 했다. 그래야 탈 없이 갈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이 사회 질서였다. 관선(官選) 반백년 행정을 지배했다. 민선(民選) 26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중앙 정부는 명령권자다. 지방 정부는 복종자다. 이를 금과옥조처럼 지켜주는 그룹까지 있다. 언론, 특히 중앙 언론이다. 저들에게 ‘그 시장들’은 ‘분수 모르고 나 댄 이들’이었을 거다.
과천 청사 아파트 계획이 철회됐다. 작년에 국토부가 냈던 안이다. 시민들이 반대했다. 열 달 동안 싸웠다. 국토부가 물러섰다. 이 결정을 그 언론들이 썼는데. ‘나쁜 선례’란 표현이 많다. “과천청사 4천가구 주민 반발로 급제동…나쁜 선례 남겼다”(A 신문). “과천청사 주택공급 백지화, ‘나쁜 선례’ 되지 않도록 해야”(B 통신). “과천 이어 태릉·용산까지… 8·4 공급대책 줄줄이 차질 빚나”(C 신문). 보는 과천시민은 서운하다.
도대체 8ㆍ4대책이 뭔가. 그 속에 갖가지 문제는 안 보나. 검토도 없이 급조된 대책이다. 짜투리에 아파트 짓자는 거다. 과천 청사 유휴지가 특히 그랬다. 과천 시민엔 공원이고, 운동장이고, 주차장이다. 거기에 갑자기 금표(禁標)를 세웠다. ‘과천 사람 다 나가라’‘우리(국토부)가 아파트 짓겠다’고 발표했다. 좋아할 시민이 어디 있나. 국토부가 봐도 심했을 거고, 그러니 철회한 걸 거다. 뭐가 ‘나쁜 선례’인가.
혹시 여전히 이런 추억을 그리는 건가. -법무부가 교도소 증축을 계획한다. 일개 수원시장이 겁 없이 대든다. 검찰을 동원해 한 방에 무너뜨린다. 교도소는 법무부 생각대로 세워진다-. 이런 향수라면 그런 표현이 나올 수 있다. 중앙이 지방에 밀리는 ‘나쁜 선례’로 보였을 것이다. 저들에게 ‘좋은 선례’란 아마 이런 걸거다. 지방은 중앙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설사 틀렸더라도. 참으로 반(反) 분권적 발상 아닌가.
제대로 된 교훈을 이번 ‘과천 투쟁’에서 본다. 지역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개발의 주체도 지역민이다. 중앙이 틀렸으면 말해야 한다. 말했는데, 안 되면 따져야 한다. 따져도 안 되면 싸워야 한다. 그날 저들의 기사는 오보였다. 과천시민을 주어로 이렇게 썼어야 했다. -‘과천 주민 힘 합쳐 개발 제동…좋은 선례 남겼다’ ‘정부 일방 계획 과천에서 백지화, 좋은 선례 됐다’ ‘과천 이어 다른 지역도 개발 계획 꼼꼼히 따져봐야’-.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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