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순국선열의 숭고한 인도주의 뜻을 이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통해 살아 숨쉬는 6월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평화와 자유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스러진 모든 이를 기억하고 감사를 표하는 달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보이는 수많은 생명이 희생했음을 다시금 생각하니 지금 내쉬는 숨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외세 침략에 맞선 의병들, 국토방위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유엔참전용사들, 군사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6·10 민주항쟁에 동참한 시민들은 모두 인도주의 수호자이다. 범인(凡人)의 평범한 일상을 수호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는 같은 기조의 슬로건을 갖고 있다. Saving Lives로 생명을 살린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제적십자운동 7대 원칙을 통해 대한적십자사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계 모든 적십자사는 생명의 무게에 어떠한 판단 없이 경중을 재지 않고 모든 생명을 살린다. 이러한 적십자운동을 통해 사람간의 이해, 우정, 협력 및 항구적 평화를 증진시키는 것이 모든 적십자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6·25전쟁 당시 한국정부는 다양한 나라의 도움과 지원을 받았다. 북한의 남침으로 부산까지 밀려난 피난민과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각국 적십자사와 적십자병원이 참전했다.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은 부산에서 의료구호활동을 펼쳤으며, 이탈리아는 자국도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도움 요청에 응하여 제68적십자병원을 파견했다. 이탈리아는 참전국 중 마지막 지원부대 파견국이자 유일하게 유엔 비회원국이기도 하다. 서독 또한 상황이 좋지 못했음에도 수상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 서독 적십자 야전병원을 직접 제안했다. 스웨덴, 서독을 포함한 6개국의 의료지원단 덕분에 한국 정부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다.

적십자병원에는 항상 환자가 쇄도하고 중환자가 늘 만원이었으나 의료진들은 인도주의 이념에 의거하여 환자를 정성껏 돌보았다. 병원이 문전성시였던 이유에는 치료가 무료였다는 이유보다는 차별 없이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태도가 환자들을 다가오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서독 외과 수석의를 지낸 데어 박사는 회고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고 지원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있다.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한국 정부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참전국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100만장을 보냈다. 종전 이후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함께 투쟁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지원해줌에 각국은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이탈리아 참전용사 유가족은 현지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뜻깊은 선물에 감사함을 표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모든 희생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국적·인종·종교를 넘어서 사람 자체의 가치를 보고 존중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모든 형태의 균열을 방지하고 결속을 다지게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확신이 든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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